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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의사의 이야기

넋두리79

술 먹고 응급실로 온 12살! 평일 평소와 다르게 한가로운 응급실 12살 친구가 응급실에 접수를 한다. 요즘은 한창 코로나, 독감 유행으로 발열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시즌이라 이번에도 열나서 온 환자겠거니 하고, 중증도 분류(triage)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달리, 12살 친구가 호소하는 증상은 "술을 마시고 생긴 오심" 이었다. 간호 초진 기록을 보고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백주 대낮에 막걸리를 한병 마시고, 울렁거림이 있어서 응급실로 내원 한 상태였다. 물론 혼자서 내원한 것은 아니고 할머니가 보호자로 따라 오셨다. 환아를 상대로 몇가지 질문과 검진을 마치고, 약 처방만을 원하는지, 정맥로를 통한 수액 및 주사약 투약을 원하는지 물어보았고 12살 꼬마 친구는 아주 당돌한 표정으로 수액.. 2022. 12. 15.
아니.. 파스가 왜 여기에? 평일 낮시간 응급실에 한 노부부가 접수를 하고 들어온다. 환자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픈 할아버지의 보호자로 함께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할아버지는 알코올성 간경화를 앓고 있는 상태로 반복해서 차오르는 복수로 배가 빵빵하게 부풀면서 숨이차서 내원하였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적으로 생기기에 아주 담담하게 배정받은 침상에 누워 진료를 기다리신다. 먼저온 환자들을 보고 할아버지 차례가 다가왔다. 이전 진료 본 차트를 보아하니, 우리병원 간경화와 복수로 소화기내과를 다니면서 복수를 뽑기 위해 응급실을 방문한 기록이 수차례 있었다. "환자분~, 안녕하세요?" (넉살이 좋은 편도 아닌데,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나도 모르게 친근한 목소리가 나온다.) "오늘도 지난번처럼 복수 뽑으로 오신거죠?" "지난번과 달리 새로 생긴 .. 2022. 12. 13.
이태원 참사 사망자들을 추모하며... 한 번씩 안전사고로 인한 사상자들이 발생할 때면 마음이 좋지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러한 사고는 갑작스럽게 생기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만큼 사회적인 여파도 큰 것 같다. 2014년도 세월호로 대략 3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8년이 지난 2022년 10월 30일 토요일 저녁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에서 수많은 인파로 인한 압사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다. 아직 삶을 꽃피우지 못한 사망자 150여 명에게는 조의를 표하며, 지금도 생사의 기로 있는 중상 부상자분들에게는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길 바라지는 않지만 또 언젠가는 생길 수 있기에 오늘은 개개인이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고.. 2022. 11. 1.
응급의학과가 뭐에요?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응급의학과의 입지는 어떨까? 나는 인턴 때부터 응급의학과에 관심이 생겼고, 응급의학과가 가장 매력적인 과라고 생각했기에 전공의 지원을 하고, 전문의 취득을 하고 현재도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내가 전공과목으로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것이 2015년도이다. 응급의학과를 선택하면서, 선택한 이후에 지인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는 "응급의학과는 뭐하는 덴데?"이다. 그만큼 "응급의학과(emergency medicine)"라는 용어 자체를 낯설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실제로 필자의 아내는 응급의학과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는 응급의학과가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하며, 어머님은 아직도 응급의학과라는 용어가 익숙치 않으셔서 그런지 아들이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알지만, '응급의학과'라고 .. 2022. 10. 23.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환자! 주취자! 응급실에서 가장 케어하기 힘들고, 해결하기 어려운 환자는 바로 취객! 주취자이다. 나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응급실로 오는 주취자는 정말 싫다. 응급실로 오는 주취자들은 대부분 만취 상태에 본인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취했으면 집으로 가서 자면 될 것 같은데, 왜 자꾸 응급실로 실려오는 건지 모르겠다..) 이들은 대부분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끌려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술 먹고 길가에 누워 있다거나, 어딘가를 아파한다거나... 본인이 119를 부를 정신이 없기에 지나가는 행인에 의해서, 같이 술을 마시던 가족, 동료, 지인에 의해서 경찰 또는 119에 신고되고, 경찰은 또 119를 부르고... 119 대원들은 신고를 받았으니,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응급실까지 후송을 하게 된다. 응.. 2022. 10. 14.
서로 존중하며 일할순 없는가? 지역응급의료 센터 응급실에서 근무한지 6개월째에 접어들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일한 처음 2개월 정도는 적응하느라 힘들었고, 이후에는 중환자가 많고, 코로나 환자가 다시 늘어나면서 일이 힘들어졌다. 요즘엔 코로나 환자는 줄고 있으나, 일하면서 생기는 타과 과장들과의 문제로 힘들어지고 있다. 일하면서 느끼는거지만, 단순히 업무가 힘들어서 생기는 피로?보다 사람을 대하면서 생기는 피로감이 훨씬 큰 것 같다. 환자나 보호자들을 대하면서 생기는 감정 소모는 물론 타과 과장들과 이야기 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으로 인해 더욱 힘들다. 병원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우리병원은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가 입원을 할 때 입원을 위한 행정적인 절차인 입원지시는 응급의학과에서 하지만, 실제 입원 컨펌은 환자가 입원하게 되는 분과의 당.. 2022.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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