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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의사의 이야기
넋두리/응급실&중환자실 이야기

새해, 명절에 보이는 환자유형

by 응닥하라 2023.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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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토끼의 해,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2023년 광화문에 나타난 토끼

 

새해연휴, 구정, 추석과 같이 우리나라의 명절은 연휴로 응급실에 환자가 몰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체공유일 지정으로 길면 5일 이상의 연휴도 생기면서 병원 외래진료도 닫고, 동네 1차 의료도 쉬는 경우가 많기에 응급실은 평일의 2-3배, 휴일의 1.5~2배 정도 환자가 내원하는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감기, 장염 등 단순 감염병으로 내원하거나 단순한 외상으로 오는 환자들이 많아 회전률이 올라가는 형태이긴 하지만 이러한 환자들 사이사이 중환자들이 숨어 있기 때문에 진료를 보는 입장에서는 진료 난이도가 훨씬 올라간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명절때가 되면 평소엔 병원을 잘 다니지 않다가 병을 키우고 키워서 내원하는 노인 환자들이 상당수 있다.

환자가 내원하여 병력 청취를 해보면, 짧게는 2-3달 전부터, 길게는 1년이상전부터 증상이 있었는데 평소에는 병원한번 가보지 않다가 연휴만 되면 오래된 증상의 원인을 알고, 해결을 하기 위해 응급실로 내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환자들은 대부분 본인 의지가 아닌 자녀들의 의지로 응급실을 내원하게 된다.

 

같이 내원한 보호자들(환자의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평소에는 이런 상태인줄 몰랐다가 명절 인사차 방문하여 보니 환자의 상태가 안좋아보여서, 오랫동안 이런 증상으로 고생을 해오고 있다고 하니 다짜고짜 연휴동안 갈 수 있는 의료시설인 응급실로 일단 왔다는 것이다. 

 

이런 환자들은 호소하는 증상도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주로는 어지럽다, 기운이없다, 걷기가 힘들다, 소화가 잘 안된다, 입맛이 없다와 같은 증상들이다.

이런 증상들은 비특이적인 증상들이며, 검사를 해보면 대부분 혈액검사 결과부터 좋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평소에는 병원을 잘 이용하지 않았기에, 혈압이나 당뇨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내다가 성인병의 합병증이 진행할대로 진행하면서 몸상태가 망가진 경우도 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장기들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증상이 생기는 경우, 어떤 암이 의심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도 1월 1일 응급실 근무를 하고 있는데, 3달전부터 소화도 잘 안되고, 가슴이 답답하다면서 딸과 사위와 함께 내원한 80대 할아버지가 계셨다. 나이들어서까지 농사일을 하실 정도로 정정하셨던 분이라고 하시면서, 평소 병원을 다닌적이 없던 분이셨다.

검사를 해보니,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수치도 많이 늘어나 있고, CRP(c-reative protein)이라는 염증수치도 늘어나있고, 간수치등 여러 검사 결과들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담낭염이 생겼는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가 오래되면서 국소적으로 복막염이 생겨 있는 상황이었고, 담낭의 모양을 보았을때 담낭암 또한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응급실에서 시행가능한 검사만으로는 아주 정확한 진단을 내릴수 있는 상황은 아닌 관계로, 우선은 항생제를 사용하고 입원하여 추가 검사를 하기로 하였으나 응급실이 과밀화 되어 있는 상황이라 입원까지 반나절 정도는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조차 부모님을 잘 챙기고 있지는 않기에 이런말을 할 자격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부모님이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미리미리 건강검진이나 외래 진료를 받아보시길 추천한다.

 

새해에는 모두들 건강해 지시길 바라며, 이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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