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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의사의 이야기
넋두리/응급실&중환자실 이야기

너무나도 힘들었던 어깨 정복술.. (shoulder reduction)

by 응닥하라 2023.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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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하루, 응급실에 어깨가 아프다고 온 할아버지 한분이 계셨다.

 나이는 대략 70대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좌측 어깨가 아프다고 팔을 움직이지 못한 상태로, 다른 한 팔로 아픈 팔을 고정하여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검진만으로도 좌측 팔이 어깨에서 탈구되어 나온 상태로 보였다. 다행히 말단 부분의 감각, 운동, 혈액순환에 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나는 일단 x ray부터 촬영해 보기로 하였다. 

 

 x ray를 확인해보니 좌측 어깨의 탈구와 함께 humerus (상완골)의 head 부분의 골절이 발견되었다. 

 다행히 골절 정도는 심하지 않고, 현재 신경학적 이상소견도 없기에 우선은 정복술을 시행하여 정형외과 외래 추적관찰을 시킬 수 있는 상태로 보였다.

 

 그동안 많은 어깨 탈구 환자를 보았기에 이번에도 별다른 무리 없이 정복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통증 조절을 위해 진통제 주사를 놓은 다음 환자분께 과정을 설명하고 정복술을 시도하였다.

 

 어깨 탈구를 치료하는 정말 다양한 정복술이 있다.

modified Hippocratic technique / scapular manipulation technique / Milch technique / Kocher's technique / sool's method / stimpson technique으로 불리는 방법들이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어깨를 빠진 방향으로 잡아당겨서 상완골 머리가 담겨있는 소켓에 뼈를 다시 위치시키는 방법이다. 

 

 처음엔 가장 흔히 사용하는 Milch technique을 두세 번 시도했는데도 정복이 되지 않자, 조금 당황스러웠다. 할아버지가 생각보다 상체에 근육이 많으신 스타일이라 정복이 쉽게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수면유도를 하고 힘이 빠진 상태에서 정복술을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etomidate라는 약물을 이용하여 수면유도를 한 상태에서, 위에 열거된 정복술을 적어도 한 번씩은 시도를 해보았으나 정복이 되지 않았다.

 

 이때 난 정말 온몸에 땀이 삐질삐질 나면서 눈앞이 아득하기까지 했다. 

 어쩔 수 없이 나보다 경험이 많은 선배 응급의학과 전문의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다시한번 약으로 진정상태를 유도한 다음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탈구의 정복이 쉽사리 되지는 않았다.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stimpson technique을 이용하여 환자의 빠진 어깨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달고 20-30분 동안 엎드려 있도록 해보았는데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

 

 결국 정형외과 진료가 가능한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선배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만 환자를 재우고 정복술을 해보기로 했다.

 마지막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modified Hippocractic technique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출처 : tintinalli's emergency medicine, 9th edition)

 위 사진과 같이 빠진 팔을 바깥 아래쪽 방향으로 당기고, 환자의 몸통은 수건으로 감아서 정반대 방향으로 당기는 기술이다. 사실 기술이라기보다는 힘쓰는 일에 가깝다.

 정말 선배와 함께 젓먹던 힘까지 써가면서 정복술을 하고, 환자는 고통을 인내하며 신음을 내뱉고 있는 상황에서 정복될 기미가 없자 응급실에 있는 간호사분들이 한 명씩 한 명씩 달라붙기 시작했다.

 대략 한쪽에 3명씩 총 6명의 의료진이 환자 팔을 뽑는 심정으로 잡아당기며 씨름하기를 10여분...

 드디어 팔이 쑤욱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빠질까 걱정되어 빠르게 벨포를 이용하여 환자의 팔을 몸통에 고정시켰고, 정확히 정복이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x ray를 촬영하였다.

 x ray로 확인했을때에도 다행히 환자의 팔은 정복이 되어있었다.

 "나이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쾌감이었다.

 

 응급실에서 많은 환자들을 보고, 치료했지만

 이렇게 큰 쾌감은 오래간만이었다.

 

 힘들었을 환자분에게 드디어 되었다며, 기쁜 마음으로 결과를 설명하고 정형외과 외래를 잡고 퇴원을 시켰다.

 정복이 잘 되어 기뻤고, 환자가 전원을 가지 않아도 돼서 기뻤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명의 환자를 처치하면서 지연된 시간으로 진료대기를 하고 있는 다음환자에게로 발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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