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응급실&중환자실 이야기54 나이든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 늦은 밤, 아니 이른 새벽녘 혈변을 본다며 119에 실려 응급실로 들어온 60대 남성분이 있었다. 환자는 당뇨 신부전으로 투석을 받기 시작한 지 1년쯤 되었고내원 전날 투석 병원에서 건강검진 목적으로 위/대장 내시경을 받았었다고 했다.대장 내시경시 용종 2개가 발견되어 용종을 떼어냈다고 했다. 내원 시엔 창백한 얼굴과 다소 낮은 혈압,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으로 일시적인 쇼크 증세를 보였고침상에서 안정을 취하고, 수액을 맞으면서 점차 안정화되어 갔다. 출혈을 보기 위한 복부 CT에서도 현격성 출혈은 보이지 않았기에 날이 밝기 전 장정결을 시행하고 오전에 대장내시경을 다시 해보기로 하였다. 응급내시경 동의서를 받기위해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환자의 과거 이야기를 30분정도 듣게 되었다. 용종을 떼어.. 2025. 5. 27. 새벽녘 응급실을 찾은 80대 할머니.. 그대 이름은 '어머니' 80세가 넘은 할머니 한분이 응급실에 다급히 들어오신다. - pH 6.8의 수치를 보이는 췌장염, 장폐색을 동반한 환자 - 대학병원에서 췌장암 수술을 받은 뒤 전이가 발견된 후로 치료를 포기하고 지내며 갑작스런 복통이 찾아온 환자 - 1년전부터 간헐적으로 호흡곤란을 보이던 대동맥판막질환, 관상동맥 질환이 의심되던 심정지 환자. - 흡인성 폐렴이 의심되는 심한 호흡부전의 환자. 한 명만 제대로 보기에도 벅찬 환자들이 여럿이 줄지어 온 탓에 크게 아파 보이지 않는 80대 할머니에게는 모두들 관심을 갖지 못했었다. 심정지 환자의 처치가 어느정도 마무리되어 관상동맥조영술을 하러 검사실에 올려 보냈고 아까 잠시 지나쳤던 80대 할머니를 확인해보니 환자가 아닌, 위에 열거된 첫 번째 환자의 보호자였다. 그 .. 2025. 2. 10. 응급실에선 환자 분류를 어떻게 하는가? - KTAS 여느 응급실을 방문하게 되면, 환자 접수공간이나 보호자 대기공간에 위와 같은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응급실을 방문했는데, 위 포스터를 못보았다면..아마도 본인이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으로 응급실을 방문하여 경황이 없어서 일 것이다. 응급실 내원 환자들은 응급실 접수 이후 전문 간호사에 의해 활력징후의 측정, 응급실을 내원하게 된 이유와 증상, 기저병력 등을 확인하고 중증도를 분류받게 된다.그리고 종종 중증도에 따라 진료 순서가 뒤바뀌기도 한다.이렇게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는 방법으로 한국에서는 KTAS라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 도구를 사용한다.레벨 1,2는 정말 중환자들이고 나머지 환자분들은 중환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KTAS분류는 위 사진과 같은 시스템을 이용하게 된다.환자의.. 2024. 12. 3. 할머니의 울음.. 할머니의 울음.. 최근 악화되는 흉통으로 응급실을 내원한 할머님이 계셨다. 노작성 호흡곤란을 동반하였고 별다른 감염의 징후는 없었다. 청진을 해보니 상당히 큰 수축기 심잡음이 들리고 있었다. 침상에서 초음파를 가져가 확인해보니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심한 상태였다. 산소포화도는 조금 낮긴 했으나 호흡수와 혈압은 괜찮았다. 심장내과 당직 선생님과 상의를 해보니 수술보다는 TAVI를 권유 해주셨고 보호자들도 이에 동의하여 입원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환자분이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이유를 여쭤보니 다짜고짜 퇴원을 시켜달라고 하신다. “어차피 살만큼 살았고 죽을건데 입원해서 뭐하나” 치료비 때문은 아니고 갑작스러운 시술 이야기.. 그리고 생길지도 모르는 합병증이나 수술 가능성 등 때문에 마음이 복.. 2024. 11. 4. 명절, 의료대란 응급실 이용 시 알아두면 좋은점 -응급실 프로세스 이해하기 언론은 연신 의료대란을 외치고 있고, 정부 측 인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 상황 속에 민족 대명절인 한가위(추석)가 찾아왔다. 항상 응급실은 휴일에 바빴고, 연휴가 되는 명절엔 더욱 그러하기에 이번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응급실 진료 시 환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1. 응급실의 기본 프로세스를 이해하자 응급실에 내원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료를 보게 된다. * 원무과에서 인적사항을 통한 환자 접수 -> 초진 간호사를 통해 기본적인 병력청취(중증도 분류) -> 대기 및 병상 배정 -> 응급실 의사 진료 -> 의사 처방 -> 처방에 따른 처치 수행 -> 입원/퇴원 결정 및 추후 외래 보통 접수 이후 바로 진료가 시작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혀 있.. 2024. 9. 15. DNR 이란? - "Do Not Resuscitate" (날 살리지 마시오) ‼️DNR이라고 아시나요? Do Not Resuscitate의 약어인 DNR은 환자 사망 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말합니다. 병원에서는 동의서 형태로 'DNR'에 동의(서명)를 하지요. 지난 밤 응급실 근무 중 내원한 "DNR"에 동의 후 입원한 환자의 케이스입니다. 80대 후반 남성분이 치매로 요양원에 입소한 지 2년이 넘은 시점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의식저하가 생겨 119 신고 후 응급실로 내원하게 되었습니다. 환자분은 기저병력으로 고혈압과 치매가 있었고, 치매로 집에서 돌보기가 어려워지면서 2년 전부터는 요양원에서 지내오고 있습니다. 그 사이 양측 고관절골절이 생겨 수술도 받았었고, 폐렴이나 장염 등으로 수차례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고, 1년 전부터는 걷지 못한 상태로 침상에.. 2024. 9. 11.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