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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의사의 이야기
공부방/기타

급성 장동맥 질환 증례 - SMA embolism, 진단을 위한 긴 여정

by 응닥하라 202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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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1 - [공부방/기타] - 말초혈관질환(2) - 급성 장동맥 질환

 

말초혈관질환(2) - 급성 장동맥 질환

#. 급성 장동맥 질환 (Acute mesenteric ischemia)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내원 한 환자들 중 장동맥의 폐쇄로 인해 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든 경우가 있다. 최근 타병원에서 SMA(superior mesenteric artery) em

emdoc1988.tistory.com

 

 이전 포스팅 이후 얼마되지 않아 급성 장동맥 색전증 환자를 접하게 되었다.

 

 환자는 86세 남성분으로

 타 병원에서 r/o NSTEMI라고 전원 문의가 되어 수용하기로 했던 환자였다.

 

 평소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어 동네병원에서 약을 타드셨고, 국가 건강검진은 정기적으로 받고 계셨다.

 아들 내외와 함께 사시면서 간단한 소일거리로 농사일을 조금씩 하면서 지낸다 하셨다.

 

 구정 명절이 되기 전 별다른 증상 없이 혈압을 측정하는데, 평소보다 혈압이 높게 나와 평소 다니던 병원을 방문했고, 당시 흉부 x ray 검사에서 우측 폐 절반이 하얗게 되어 있어 상급병원 진료를 권고받았다고 한다.

 연휴가 지나 상급종합병원에 응급실에 방문하여 검사를 하였고, 폐렴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과 함께 약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다가 오늘부터는 상복부 통증과 함께 설사 증상이 있어 또 다른 병원의 응급실에 내원하였다가 검사 결과 non-ST elevation mycardial infarction의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듣고 응급실로 내원하게 되었다.

 

 평소 술과 담배를 하긴 하셨으나, 운동시 유발되는 호흡곤란 또는 흉통이 전혀 없었고, 우리 병원에 와서 시행한 심전도에서는 atrial fibrillation(심방세동)과 함께 약간의 빈맥(심박수 대략 110~120)정도를 보이고 있었다.

(atrial fibrillation 소견을 보이는 환자의 심전도 소견, 심박수는 대략 108회 정도 측정된다.)

 

 타병원 기록지에 동봉된 혈액검사 결과지 소견을 보았다.

 CBC 11320-14.6-175k (seg 87.8%)
 CRP < 0.35 mg/dL

 BUN/Cr 18/1.44▲
 E' 139-3.9-102-21.4
 CPK 117
 CK-MB 3.31
 Troponin-I 0.333 ng/mL▲
 proBNP 2369▲

 

 요약하면 위와 같다.

 심근 효소로 troponin-I의 수치가 정상범위보다 조금 높아져 있었다. 그리고 심부전이 있음을 의미하는 proBNP 수치가 상당히 높게 측정되었다.

 백혈구 수치가 늘어나 있긴 하지만 환자의 10일 가까이 되는 검사 과정 중 명확한 발열 소견도 없었을뿐더러, 염증지표로 사용하는 CRP(c-reactive protein)의 수치도 정상으로 명확한 감염이라 보기에도 애매하였다.

 타병원에서 폐의 절반이 하얗게 변했었다는 소견이 궁금했다. 청진상 우측 폐 하엽으로만 호흡음이 감소되어 들렸고, x ray가 궁금하여 빠르게 흉부 x ray 사진을 촬영하였다.

(해당 환자의 흉부 x ray사진 우측 흉수가 보이고 있다.)

 

 심전도 및 타 병원 혈액검사 결과지, 그리고 우리 병원에서 시행한 흉부 x ray 결과를 종합해 보면 우리 환자는 심부전에 의한 흉수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였다. 

 다만, 양측성이 아닌 일측정 흉수를 보이고 있었고, 환자의 주증상이 흉통이 아닌 상복부 통증과 설사 증상임을 고려 했을 때 단순 심부전으로 결론짓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었고 때문에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우리병원에서 시행한 혈액검사 소견
 
VBGA 7.28-453.4-37.3
lactate 7.0

CBC 13360-14.0-188k (seg 91.4%)
CRP < 0.1
BUN/Cr 18/1.33▲ 
E' 139-3.4-102-19.5

CPK 85
CK-MB 3.42
hs-TnT 0.05
NT-proBNP 2601▲ 

d-dimer 17.95▲ 

 육안상 보이는 환자의 상태에 비해 lactate 수치가 너무 높다 생각되었고, 혈관질환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d-dimer의 상승소견

그리고 심전도에서 보이는 atrial fibrillation, 그리고 환자가 호소하는 복통과 설사 증상을 고려할 때 acute mesenteric embolism과 그로 인한 ischemic enterocolitis 가능성이 높다 생각되었다.

 

 다시 문진을 했을 때, 당장에 큰 신경학적 이상 소견은 없었으나, 최근 일시적인 구음장애의 신경증상도 보였다고 하여 embolic infarction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brain DWI 검사도 함께 시행하게 되었다.

 

 brain DWI 상 경미한 정도의 embolic infarction 소견 확인되었고

 시행한 CT angiography 검사는 다음과 같았다.

(대동맥에서 분지되어 나오는 SMA쪽으로 contrast filling defect가 의심되는 소견, 화살표로 표시된 혈관이 SMA이다. 본래는 조영제로 혈관의 내부가 차있어야 되나, 그렇지 않은 상태로 보이고 있다.)

 대동맥에서 분지되어 나오는 SMA 쪽으로 contrast filling defect가 의심되었고, atrial fibrillation과 embolic infarction이 같이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embolism으로 인한 acute mesenteric embolism의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장동맥 색전증으로 인한 치료도 가능한 병원이었기에 환자 입원치료를 위해 흉부외과에 의뢰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흉부외과과 당직 선생님께 돌아온 대답은 영상 소견은 장동맥 색전증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주말이라 영상의학과의 정식 판독을 기대할 수는 없었으나, 영상의학과 선생님께 부탁을 하여 영상을 한번 확인해 달라고 하였고 영사의학과 선생님이 보았을 때에도 embolism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의견을 주셨다.

 

 CT에서 부가적으로 우측 폐의 흉수 소견이 보이긴 했으나, 환자의 증상과 lactate 상승을 잘 설명되지 않았다.

 다른 원인을 확인해보기 위해 환자의 우측 흉수를 뽑아 다른 감염성 질환(예를 들어, parapneumonic effusion이나 empyema 등)을 감별하고자 하였고

 추가로 뇌졸중 양상을 보았을 때 심장 내 embolic source(혈전더어리)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심장내과 당직 과장님께 환자 심장초음파를 한번 봐주시도록 요청드렸다. 본인도 심장 초음파를 간략히 볼 수는 있으나, 주로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심근경색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만 경험이 있는 편이라 심장내과 당직 선생님의 도움을 요청하였다.

 

 흉수는 단순 여출액(trasudate)양상으로 확인되었고, 정황상 심부전으로 인해 유발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심장내과 선생님이 오셔서 봐준 심장 초음파에서는 환자의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삼천판막 쪽에 혈전덩어리가 보이는 듯했다. 그 혈전 덩어리는 머리나 몸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상태였다.

 

 2시간 정도가 지나 환자의 복통이 점차 심해졌고, 복부 검진상으로도 복부 압통이 유발되기 시작했다.

 오랜 고민 끝에 다시 한차례 CT를 찍어 내가 의심했던 SMA(superior mesenteric artery)의 상태를 확인함과 동시에 장의 허혈 소견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였고, arterial phase와 portal phase를 모두 볼 수 있는 복부 CT 프로토콜로 촬영을 하기 위해 bleeding CT를 촬영하게 되었다.

 

 아래는 그 영상 결과들이다.

(1. 좌측- 대동맥에서 SMA가 분지되어 나오는 부분을 화살표로 표시하였다. 2. 우측-SMA를 아래쪽으로 추적하고 있다.)
(3. 좌측- SMA를 화살표로 추적중이다. 4. 우측- SMA가 두갈래로 나눠진다. 긴 화살표는 우측대장~소장쪽으로 가는 혈관, 짧은 화살표는 middle colic artery 정도로 추정됨.)
(5. 좌측- 오른쪽으로 분지된 혈관을 계속 추적, 6. 우측- 동일한 혈관의 내부로 조영제 filling defect가 보이기 시작한다. embolism으로 추정되는 부분.)
(7. 좀더 아래쪽 부분으로 아주 미약한 flow가 있기는 하지만 혈관의 많은 부분이 막혀 있는 상태이다. 또한, 주변에 보이는 소장의 일부가 상당히 edematous 해보인다. 아마도 혈류가 막히면서 유발되는 ischemic change 때문일 것이다.)

 

 결국 CT를 다시 촬영해 보니 환자는 SMA의 분지가 막혀있었고, 그 분지가 담당하는 소장으로 허혈성 변화가 있어 보이는 상황이었다.

 돌고 돌았지만 처음 CT에서 확인되었던 소견이 embolism에 의한 소견이 맞았고, 그 원인은 심장 안에 있는 혈전(피떡) 때문일 것으로 생각되었다. anticoagulation을 하고, 항생제를 사용하며 입원을 알아보았으나, 이미 허혈성 장 손상이 진행된 상태로 유사시 즉각적인 개복수술이 필요할 수 있어 우리 병원에서는 입원하기 어려웠고, 여러 차례의 전원문의 끝에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가게 되었다.

 

 평일이 되어 복부 영상을 전문으로 판독하는 영상의학과 선생님께서 판독을 해주셨다.

1. Contrast filling defects in the distal SMA and ileal branches.
Diffusely decreased enhancement of ileum and short-segmental decreased enhancement in left-sided jejunal loop.
      : suggestive of mesenteric ischemia due to arterial embolism.
2. Wedge-shaped low attenuated lesions in the upper pole of right kidney.
  : suspicious for right renal infarct.
3. Both renal cysts.
4. Several small hepatic cysts.
5. Diffuse atherosclerosis in the aorta and branch arteries.
   Focal severe stenosis in left IIA.
6. Right hydropneumothorax.
7. Enlarged prostate gland.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환자를 보게 되면, 환자의 증상, 활력징후, 혈액검사 결과를 비롯한 다양한 검사 결과들의 소견을 종합하여 증상의 원인을 찾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응급의학과의 역할이다.

 하지만, 모든 케이스가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단을 위해 다양한 전문의들의 소견이 필요하기도 하고, 또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잘못된 길에 들기도 한다.

 타 병원에서는 폐렴이니, NSTEMI를 의심한다고 하여 전원 오게 된 환자인데 그 결과는 심장 안에 있는 혈전으로 인한 급성 장동맥 색전증이었다. 

 

 이번 케이스는 진단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고, 힘들었던 케이스로 기억에 남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부디 잘 치료 받으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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