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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의사의 이야기
공부방/기타

코피(Epistaxis)

by 응닥하라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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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피

코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주로 10세 미만이거나, 50세 이상의 환자가 많다.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느끼기로는 주로는 공기가 차고 건조해지는 겨울철 이른 아침 찾아오는 고령의 환자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이들은 대부분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복용하고 있다.

 

1. 코피의 원인

- 손가락 외상 (코를 파서 생기는 외상)
- 기타 외상
- deviated septum (비중격 만곡)
- 건조한 공기에 노출
- rhinosinusitis (비염/부비동염)
- neoplasia (종양)
- chemical irritant의 사용 (스테로이드 등의 흡입기, 비강 산소 캐뉼라의 사용 등)
 
 코피가 생기는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환자에게 병력을 청취한다.
 코를 손가락으로 파거나, 외부 충격으로 타인의 주먹에 맞거나, 넘어지며 부딪히지는 않았는지 등을 확인한다. 물론 외상력이 동반되어 있다면 코뼈 골절이 동반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검사해야 한다. 
 비강이나 구강으로 특별한 시술을 받지는 않았는지, 응고장애와 관련된 질환이나 가족력은 없는지를 확인한다.
 또한, NSAIDs, anti-coagulant, antiplatelet(aspirin, plavix, prasugrel 등)과 같은 약물의 사용력을 확인해야 한다.
 
 비강 검진을 위한 ENT 검진장비가 구비되어 있다면, 출혈이 발생한 위치를 찾고 처치를 하기 수월해진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응급실은 이러한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
 

 * 코피 환자를 진료할 때엔 혈액노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장갑, 가운, 얼굴/눈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진행하길 권고한다.

 

##. 코피가 생기기 쉬운 환자요인

- 만성 신부전
- 만성 알코올 중독
- 고혈압
- 항응고제의 사용
- 혈관 기형
- 혈액응고 질환 (혈우병, von Willebrand's disease 등)
 

2. 코피의 병태생리 (Pathophysiology)

 코피가 생기는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코피가 생기는 출혈의 위치를 알아야 하며, 이를 알기 위해서는 코로 가는 혈관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코로 가는 혈관들, 그리고 전방에서 혈관이 모이는 부분을 Kiesselbach plexus라고 한다)


 코피는 주로 코의 앞쪽 영역에서 생긴다. 
 Anterior ethmoid artery가 머리 앞쪽에서 코 쪽으로 내려와 윗입술의 Superior labial branch가 되어 주행을 하고, 코의 뒤쪽에서 Sphenopalatine artery가 앞쪽으로 주행하며 말단 분지를 형성하게 된다. 아래쪽에서는 Greater palatine artery가 입천장을 뚫고 위쪽으로 주행하여 말단 분지가 코 앞쪽을 향하게 된다.
 이렇게 큰 3개의 분지로 형성된 코 앞쪽 영역Kiesselbach plexus(키셀바흐 혈관총)라고 하며, 이 영역에서 코피의 90% 정도가 생긴다.
 여기서 생기는 출혈은 대부분 눌러서 지혈가능하다. 
 
 나머지 10% 정도는 코의 뒤쪽에서 발생하는 출혈인데, 위 그림에서 보는 코의 뒤쪽은 주로 internal maxillary artery의 분지인 Sphenopalatine palatine artery에서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다. 코의 뒤쪽에서 생기는 출혈은 앞쪽 출혈에 비해 효과적으로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지혈이 어려운 편이다.
 

3. 진단

 코피의 진단은 출혈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코의 앞쪽에서 출혈이 생기는 건지, 뒤쪽에서 생기는 건지 감별할 필요가 있다.
 Rhinoscopy와 같은 이비인후과 장비를 이용하여 눈으로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 응급실 세팅에선 이비인후과 장비를 갖추고 있는 곳이 많지 않기에 현실적으로 출혈의 위치를 눈으로 보는 것은 어렵다.
 때문에, 응급실에서는 전방출혈에 대한 지혈을 시도해 보고, 치료가 실패할 경우 후방출혈일 가능성을 고려하게 된다.
 후방출혈일 경우 출혈량이 전방출혈보다 많기에, 구강 검진을 통해 목뒤로 다량의 출혈이 지속적으로 넘어가는 게 보이는 경우 추방출혈을 의심해야 한다.
 

 4. 치료 및 지혈방법

  초기 평가로 기도 평가 및 혈역학적 안정 상태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이다.  
  심박수가 빠르거나 혈압이 떨어지는 경우 출혈량이 상당할 수 있으므로, CBC 및 coagulation panel, ABO/Rh type에 대한 검사를 하면서 수혈을 대비해야 한다.
 환자가 혈역학적으로 안정된 상태라면 압박을 통한 지혈을 시도해 볼 수 있다.
 
** 출혈량에 따른 심박수와 혈압의 변화

  class I class II class III class IV
Blood loss in % <15 15–30 30–40 >40
Pulse rate <100 100–120 120–140 >140
Blood pressure Normal Normal Decreased Greatly decreased
Pulse pressure Normal or increased Decreased Decreased Decreased
Respiratory rate 14–20 20–30 30–40 >35
Mental status Slightly anxious Mildly anxious Anxious, confused Confused, lethargic
Urine output (mL/hr) >30 20–30 5–15 Minimal

(출처 : ATLS guideline, The ATLS® classification of hypovolaemic shock)

출처: https://emdoc1988.tistory.com/41 [응닥하라! 1988:티스토리]
 

4-1. Direct nasal pressure (직접 지압법)

 환자에게 코를 풀어 비강안에 있는 피와 혈전등을 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한다. 출혈이 있는 비강 쪽으로 국소 혈관수축제를 주입한다. 
 앉은 상태에서 몸통을 앞으로 기울이고, 입을 벌린 상태로 고개를 낮추는 "sniffing position"을 유지한 상태에서 한 손의 엄지와 중지(또는 검지)를 이용하여 콧볼을 최대한 넓은 면적으로 눌러 압력을 가한다.

(Sniffing position을 나타내는 그림)


 대략 10~15분 정도 눌러서 지혈을 시도하고, 이때 호흡은 구강으로 하게 된다.
 전방출혈의 대부분은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지혈할 수 있다.
 

4-2. Chemical cauterization (화학적 소작술)

 위의 지압법을 두 차례 정도 시행 하였음에도 지혈에 실패한 경우 질산은(AgNO3)을 이용한 화학적 소작법을 고려할 수 있다. 소작을 하기 전 국소 마취제를 이용하여 코 점막에 마취를 하고 시행해야 하며, 출혈 위치를 찾고 적절히 피를 제거해 가면서 출혈 부위에 가까이 질산은을 도포하는 해야 한다. 
 비중격의 양쪽에 질산은을 도포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4-6주 이내 연속적으로 시술을 하는 것비중격 천공의 위험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전기적 소작법은 비중격이 뚫리는 위험성이 있으므로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의뢰하는 것이 적절하다.
 

4-3. Thrombogenic foams and gels / tranexamic acid

 코를 직접 지압하는 방법과 질산은을 이용한 화학적 소작술이 실패한 경우 코 안쪽에 지혈 목적으로 사용되는 폼이나 겔 형태로 개발된 제품을 사용하여 지혈을 시도해 볼 수 있다.
 GelfoamSurgicel,  Floseal이 대표적으로 개발된 제품이며, 출혈이 있는 점막에 적용하면 주변으로 혈전 생성을 도와 피가 멈추게 되는 원리이다. 또한, 생분해되므로 따로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출혈 부위 혈전 생성을 돕기 위해 tranexamic acid를 사용해 볼 수 있다. 먼저, 코 안에  코튼볼이나 거즈를 밀어 넣고 tranexamic acid 500mg을 NS 5cc에 희석하여, 코안의 코튼볼이나 거즈에 흡수시키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4-4. Anterior nasal packing

 전방출혈이 의심되는 경우 출혈이 있는 코 안쪽을 물리적으로 막는 방법이다.
 직접 지압법이나 화학적 소작술이 실패한 상태에서 thrombotic agent를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코 안쪽을 패킹(Packing, 충전)하여 지혈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시중에 나와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있다.
 

1) Rapid Rhino

 코안에 밀어 넣는 풍선이다. 겉 부분은 거즈로 덮여있어 부드럽게 밀어 넣을 수 있고, 주사기를 이용하여 공기를 밀어 넣어 풍선을 부풀어 오르게 하며, 이로 인한 압력으로 지혈을 하게 된다.


 거즈에 국소 혈관수축제나 tranexamic acid와 같은 thrombogenic agent를 묻혀 사용하기도 한다.
 풍선을 불 때 공기 대신 물을 사용하는 경우엔 풍선이 터지면서 물이 기도로 흡인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

2) Merocel

 합성 물질로 만들어진 막대기처럼 생긴 구조물로 물과 접촉하면 부풀어 스펀지처럼 부풀어 오른다. 짧은 것은 5cm 정도이며, 긴 것은 10cm 정도 된다. 전방출혈의 경우엔 5cm짜리를 이용하며, 후방출혈이 의심되는 경우엔 10cm짜리를 사용할 수 있다.
 rapid rhino의 거즈와 마찬가지로 혈관수축제나 tranexamic acid를 물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비중격에서 출혈이 있는 경우 적절한 압력을 제공하기 위해 양쪽 콧구멍에 모두 merocel을 넣기도 한다.
 rapid rhino와 비교하여 좀 더 효과적일 수는 있으나, 제거할 땐 통증이 좀 더 심한 편이다.
 

3) Ribbon gauze packing

 위에서 언급한 재료들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리본모양의 기다란 거즈를 일일이 비강에 말아 넣어 지혈을 시도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4-5. Posterior nasal packing

 전방출혈에 대한 지혈법이 실패한 경우엔 후방출혈을 의심해야 한다.
 후방출혈이 의심되는 경우엔 앞에서 언급한 재료(rapid rhino 또는 merocel 등)들의 기다란 버전을 사용하여 지혈을 해야 하며, 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의뢰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강의 후방을 압박하여 지혈하는 방법은 전방출혈의 지혈에 비해 합병증의 발생 빈도가 높다. 예를 들어, 압력으로 인한 조직괴사, 저산소증, 심장 부정맥(특히 기저병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 등의 위험성이 있기에 이비인후과 협진을 요청해 두고 응급실에서 기다리는 도중에 중간단계로 패킹을 시도하는 것이 적합하다.
 

1) Dual balloon Rapid rhino

 일반버전의 rapid rhino 보다 길고, 풍선이 두 개가 있다. 두 개의 풍선 모두 불어서 사용하게 되며, 뒤쪽에 위치한 풍선이 적절한 압력을 형성하여 출혈이 멈출 때까지 팽창시켜야 한다.
 

2) Merocel

 10cm 정도 되는 기다란 merocel을 양쪽에 넣어 지혈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사용법은 앞서 전방출혈에서 언급한 바와 동일하다.
 

3) 14-F foley catheter를 이용한 지혈

 기다란 지혈도구가 없는 경우 응급실에 비치된 도뇨관(foley catheter)을 이용하여 지혈을 시도할 수 있다. 14 french 사이즈의 도뇨관을 이용한다. 

 환자를 "sniffing position"으로 위치시키고, 4% lidocaine과 국소 혈관수축제를 이용하여 비강을 적절히 마취한다. 구역반사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도뇨관의 풍선을 넘어서 있는 말단부를 잘라내고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세팅된 도뇨관을 비강으로 수평방향으로 밀어 넣고 그 끝부분이 입을 통해 입인두(oropharynx)까지 내려오는 것을 확인한다. 풍선을 대략 7ml 정도의 공기로 팽창시키고 천천히 코 쪽으로 당기면서 코의 후방에 고정될 때까지 천천히 당긴다. 대략 2~3cm 정도 당겨야 한다.
 도뇨관의 풍선이 적절한 위치에 있다 생각되면 3ml의 공기를 추가로 주입하여 총 10ml 정도의 부피가 형성되도록 만들어준다. 10 ml 이상의 부피가 되면 주변 조직의 괴사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추천하지 않는다.

 

 

5. 지혈 이후엔?

 전방출혈의 경우 코피가 멈추고, 혈역학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응급실에서 1시간 정도 경과를 보다 퇴원할 수 있다.
 지혈이 잘 되지 않는 경우엔 코안에 비흡수성 충전재(merocel이나 rapid rhino 등)을 넣고 추후 충전재 제거를 위해 이비인후과 외래를 48~72시간 이내 볼 수 있도록 하여 퇴원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 정서상 빠른 해결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전기적 소작술을 위해 이비인후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후송되는 경우가 많다.
 전방 출혈에 대하여 패킹을 시행한 경우 48시간 이상 충전재를 유지해야 한다면, Staphylococcus aureus에 대한 감염이나 toxic shock syndrome을 예방하기 위해 amoxicillin-clavulanic acid를 처방하나, 그 효과는 명확하지 않다.
 만약 24~36시간 이내 패킹한 충전제를 제거한다면, 예방적 항생제는 필요하지 않다.
 후방출혈로 인해 posterior packing을 시행한 경우라면, 지혈 및 합병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입원하는 것이 강력히 권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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