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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의사의 이야기
넋두리/응급실&중환자실 이야기

현대판 고려장을 경험하다..

by 응닥하라 2024.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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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을 아시나요?

고려시대 늙고 병든 사람을 지게에 지고 산에 가서 버린 풍습을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 고려는 충효 사상을 강조하는 국가였고, 이를 거스르는 반역죄와 불효죄를 중형으로 다스린 문화가 있는 나라였기에 고려의 풍습과 고려장은 맞지 않다고 합니다. 더불어 고려장을 기록하고 있는 문헌도 없어, 아직까진 고려장이라는 풍습이 있었다는 근거가 없는 셈이지요.

(출처: 위키피디아)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예전엔 없었을지도 모르는 고려장이라는 풍습이 요즘엔 실제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정말 말도안되는 사례가 있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출처 : https://news.nate.com/view/20070409n07271)

 

최근 60대 중후반 되는 남성분이 저혈당으로 119에 신고되어 응급실로 오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신고를 한 아들이 병원에 함께 오는것을 거부했고 환자 혼자 119에 실려 응급실에 온다는 것입니다.

최근 2달 동안 저혈당으로 우리 응급실에 내원한 것만 5회 정도 되었고, 그때마다 신고는 아들이 했지만 아들은 한 번도 응급실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습니다. 


환자분은 원래 당뇨가 있는분이었고 주변 병원의 내분비내과 진료를 보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2-3달 전부터 우리 병원으로 후송이 되어 치료를 받았었습니다.

저혈당으로 수차례 응급실을 내원하자 본원 내분비내과 외래 진료를 권고 받았었고, 외래를 두어 차례 본 기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래에서 내분비내과 선생님께 본인이 원하는 만큼 인슐린을 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며 위협했던바가 있어 내분비내과 진료는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보라는 기록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저혈당은 포도당 수액을 주입하고 얼나지나지 않아 의식이 회복이 되어야 하는데요.

이날 이분은 의식이 깨지 않았습니다.

저혈당에 빠진지 얼마 안 되어 회복하면 별다른 뇌기능의 손상 없이 회복이 되지만, 저혈당에 빠져있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뇌조직에 손상이 생겨 다양한 정도의 신경학적 이상소견 및 의식변화가 나타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저혈당 이외에도 뇌출혈 및 다른 대사질환 등으로 의식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는 필수적입니다.

이 환자는 의식이 없는 환자이므로 보호자와 검사 및 치료에 관련하여 상의를 해야 하는데, 보호자가 내원하지 않았으니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보호자는 병원에 오길 거부하고 본인은 다음날 출근해야 한다며 병원에서 알아서 하라고 전화를 끊은 뒤 연락이 되질 않았습니다.

환자를 그냥 둘 수는 없기에
간단한 프로토콜로 뇌MR 검사(brain DWI)를 시행하였고 다른 문제가 있는지 기본혈액검사 도 같이 확인하며 수액을 통해 포도당을 공급해 줬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으나 검사상 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응급실에 내원하는 혼수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약물 음독여부도 확인해 보고자 naloxone, flumazenil 도 사용해 보았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정말 큰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습니다.

결국 환자는 저혈당에 의한 뇌병증으로 판단하고 입원을 하려는데...

문제는 우리병원에서 난동을 피웠던 환자라 입원이 안되었고, 주변 종합병원/대학병원에서도 중환자실 부재, 문제환자라는 이유로 전원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중환자의 전원을 어레인지해주는 중앙조정센터에서도 보호자 섭외가 안되면 본인들도 개입하기 어렵다며 전원을 알아봐 주지 않더군요.

결국 이 환자는 응급실에서 혈당조절 하며, 기본케어를 하며 4일을 있었습니다.
응급실 근무자들이 교대하면서 환자를 인계하고 치료를 이어 나갔고 다행스럽게도 조금씩 의식이 깨셨습니다.
그렇지만 뇌기능에 손상이 생긴건지 함구증과 보행장애가 있어 혼자 퇴원은 요원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응급실에 체류 하는동안 간호팀장님과 원무과 선생님들께서 시청 사회복지팀과 연계를 해서 환자를 요양병원에 모실 수 있도록 해주셨고

환자는 응급실에 온지 4일 만에 요양병원으로 전원을 가게 되었습니다.

 

응급실엔 신원을 알지 못하는 환자, 노숙인, 독거인은 물론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환자들도 오는 곳이기에 환자 진료에 있어 행정적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실제로 보호자가 없거나, 법적인 보호자는 있으나 실제로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되어 홀로 살아가는 분들에 대한 진료 및 치료 범위 결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런 경우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간호팀장님은 물론, 병원 원무팀과 사회사업실 직원 분들이 항상 수고 해주고 계십니다.
진료하는 의사, 간호사들이 최대한 신경쓰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뒤에서 힘써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혹시 저혈당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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