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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 남
알코올성 간경화가 있는 분이며
이틀간 피를 토해 저녁 늦은 시간 응급실에 왔습니다.
자정 넘어서도 피를 2-3차례 더 토해내었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응급 내시경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침이 되어 내시경적 지혈술을 마친 환자와
보호자로 내원한 보호자(환자의 부)에게 내시경 결과 및 입원 설명을 하고 말을 덧붙였습니다.
“지금처럼 술을 계속 드신다면, 5년 10년 뒤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
지금도 간경화가 심한데, 술만 계속 드신다면 복수는 점점 차오르고 배도 부르고, 숨쉬기도 어려워집니다.
반복되는 위장 출혈로 오늘같은 일이 재발함은 물론, 어느 임계점을 넘은 순간부터는 생명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출혈이 생길 것입니다. 더불어 간성혼수가 생기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부모도 못 알아보고 침대에 누워 관장을 하며 생을 마감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는 과정중에 영양실조로 인해 치아는 빠지고 잘 걷지도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술 때문에 가족들과도 멀어져 대부분 마지막엔 병원에 가족들도 잘 오려하지 않기에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제발 술좀 그만 드시고, 본인 의지로 어렵다면 중독치료병원에 입원이라도 해서 술을 끊으시면 합니다...”
이런 말을 해도 잘 고쳐지지 않을 것을 알지만.. 예전에 알코올중독 및 노숙인에서 잘 갱생된 분을 뵙고 난 이후엔 환자들에게 모진 말을 한 번씩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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