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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의사의 이야기
넋두리/응급실&중환자실 이야기

스스로 기관 삽관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파킨슨병 환자

by 응닥하라 2024.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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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환자실 근무를 하던 중 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가 좋지 않다는 연락을 받았다.

 환자는 85세 남성분! (주민등록번호상 나이는 81세였지만, 추후 환자분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85세라고 하셨다.)

 

 환자는 고혈압 말고는 별다른 병력 없이 지내고 있다가 

 3년 전부터는 걷는 게 느려지고 왜소해지면서 검사를 통해 파킨슨병을 진단 받았던 상태였다.

 

 그래도 요양병원이 아닌 집에서 동네 산책정도 하면서 지내오셨는데, 폐렴이 생기게 되었다.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한지 나흘째.. 호흡도 폐렴은 점차 심해져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ARDS)*과 같은 양상으로 나빠지고 있던 상태였다.

 

* ARDS (acute respiratroy distress syndrome) 이 궁금하다면?

https://emdoc1988.tistory.com/21

 

ARDS (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급격히 진행하는 폐의 광범위한 부분에 발생하는 염증성 손상을 뜻한다. 1. 임상 소견 환자가 호흡곤란의 지속적인 악화와 함께 산소요구량이 점차적으로 증가

emdoc1988.tistory.com

 

 결국 나흘째 저녁 호흡곤란이 너무 악화되어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기 시작하였고,

 내가 올라가서 환자를 만났을 때는 HFNC(High flow nasal cannula)를 통해 산소를 공급받고 있는 상태였다.

 환자를 이리저리 살펴보니 폐에는 가래가 들끓고 호흡수는 분당 30회 이상으로 부호흡근을 최대한 동원하여 호흡을 하고 있었다.

 아직은 환자 의식이 명료하여 환자분께 현재 상태를 설명드리고 기계환기를 위한 기관삽관이 필요함을 설명드렸다.

 다만, 젊은 사람의 경우와는 달리 환자분의 지병과 폐렴의 기전(이환자의 경우엔 흡인성폐렴) 및 현재 x ray 등을 고려했을 때 호전되어 extubation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며, 추후엔 기관절개술(tracheostomy)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을 드렸다.

(흡인성 폐렴의 악화로 ARDS가 생겨버린 환자의 흉부 x ray)

 

 환자분은 짧은 시간 고민하시더니, 

 단호하게 기관삽관을 하지 않겠다 하셨다.

 나는 HFNC의 setting을 최대치로 올리고 환자분께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최대한 치료 해보자며 독려를 했고, 환자의 가족들의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병실을 나왔다.

 

 환자분에게는 배우자분과 딸과 아들, 총 2명의 자녀분이 있었는데, 이분들에게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환자분은 기관삽관은 원치 않는다는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기관삽관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의식이 있는 환자의 의사에 반하여 치료를 시작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늦은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을 불러 환자와 대화를 해보고 결정을 하시도록 하였다.

 

 30여분이 지나 가족들이 모였고, 환자와 면회를 진행하였다.

 환자분은 지금 숨차고 많이 힘들지만, 여전히 완강하게 기관삽관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셨고,

 처음에는 강력히 치료를 권유하던 가족들도 환자분의 뜻에 따라 기관삽관 및 기계환기 치료를 하지 않기로 하였다.

 

 이렇게 환자분은 현재 치료를 유지한 상태로 자신과의 마지막싸움을 이어나가셨다.

 

 젊은 현재의 나는 먼 미래 내가 이런상황이 되더라도 기관삽관 등의 연명치료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실제 그 순간이 다가왔을 때
 난 스스로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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