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요양병원에서 요양하던 환자가 2주 전부터 폐렴으로 치료를 하는데 호전이 없다며 응급실로 내원했다.
75세 남성인 이 환자는
고혈압 및 당뇨의 병력이 있었고
4-5년 전 목디스크 수술을 하면서 수술 후 재활목적으로 요양재활병원에 입원했다가 4-5년을 지내오셨다고 했다.
2주 전부터 열과 함께 기침 증상이 생겼고,
다행히 계신 곳이 요양원이 아닌 요양병원이라 간단한 chest x ray 및 혈액검사 이후 항생제 치료를 하면서 지내오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치료에 대한 반응은 미미하였고, 3일 전부터는 오히려 호흡곤란이 생기면서 흉부 x ray 검사에서 흉수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응급실에 내원하여 검사를 해보니 WBC 19000, CRP 19.6 mg/dL로 leukocytosis 및 CRP 상승 소견을 보이고 있었고, 흉부 x ray 검사는 아래와 같이 많은 양의 effusion이 있는 상태였다.
초음파로 확인해 보니 Rt. pleural cavity에 상당히 많은 양의 흉수가 보였고, echogenicity가 높아 보였다.
환자의 병력상 폐렴이 악화되어 발생한 흉수였기에 부폐렴성 흉막 삼출 또는 농흉의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다.
환자는 가만히 앉은 상태에서도 호흡곤란이 있었고 산소 포화도가 낮은 상태로 nasal prong을 통한 산소 공급을 하였고, 때문에 pleural effusion을 제거해 주면 증상도 좀 나아질 것이라 판단하여 흉수천자(thoracentesis)를 시행하게 되었다.
보통은 위처럼 환자를 앉은 자세로 위치시키고, 등 뒤쪽에서 바늘을 찔러 흉수를 뽑는 것이 일반적으로 안전하고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번 환자는 평소에도 침상 생활을 위주로 하며, 현재 호흡곤란 정도가 심하여 스스로 몸을 가누고 앉기가 어려웠기에 침상에 누운 상태로 옆구리 쪽에서 흉수천자를 진행하였다.
초음파로 흉수의 위치를 확인하고 해당 부분을 바늘로 찔러 흉수가 맺히기 시작했을 때,
너무나도 강렬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흉수가 나오자마자 생선 썩은 냄새와도 같은 악취가 응급실 전체에 퍼져나갔다.
흉수의 양상은 마치 고름처럼 불투명하고 다소 어둡고 노란색을 띠었다.
일반적으로 폐렴 주변에 생기는 부폐렴성 흉막 삼출 소견이 아닌,
바로 농흉(Empyema)이었다.
대략 700cc 정도의 effusion을 뽑아내고 폐렴의 정도를 확인하고 농흉의 범위를 파악하기 위해 chest CT를 촬영하였다.
CT에서는 우측 폐에 폐렴이 있으며, 흉강의 절반은 물로 차있음을 알 수 있다.
빡 봐도 고름처럼 보이지만, 뽑은 물의 성상을 확인하기 위해 cell count 및 ADA, LDH, 다양한 배양검사 등을 시행하였고, 그 결과도 농흉에 합당한 소견을 보였다.
위 CT에서 보아서 알겠지만 고름의 양이 상당히 많았고 고름을 제거해주지 않으면 환자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큰 직경의 흉관을 삽관하고 호흡기내과로 입원하기로 했다.
농흉으로 인한 흉관삽관을 할 경우엔 흉관이 잘 막힐 수 있어 가능하면 큰 직경의 튜브를 넣게 된다.
이 환자도 26Fr 크기의 흉관을 삽관하였다.
흉관을 삽관하기 위해 피부를 절개하고 흉관을 삽관하는데 상당히 많은 양의 고름이 밀려 나왔다.
그리고 삽입된 흉관을 통해 1.5L 이상의 농흉이 추가로 나왔다.
총 2L의 고름을 받아낸 이후 환자는 호흡기내과로 입원할 수 있었고.
이 환자가 응급실에 있는 동안 생선 썩는듯한 악취가 온 응급실을 휩쓸었기에
너무나도 힘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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