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당직 근무를 하던 어느 날 저녁
특별한 환자를 만났다.
바로 눈을 뜨고 말을 하는 심정지환자였다.
환자는 56세 여성으로 과거 40대에 뇌졸중 생겼던 적 있고, 2년전 심정지 이후 고혈압과 이형협심증(variant angina)을 진단받아 약을 먹으면서 지내오고 있던 분이다.
저녁 11시가 넘어갈 무렵부터 가슴통증이 생긴다며 응급실로 내원하였고 응급실에서 통증의 원인과 즉각적인 시술의 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던 중이었다.
나는 그 시간 중환자실에서 환자 차트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응급실 내 CPR환자가 발생했음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나는 곧장 응급실로 향했다.
보통은 병원 밖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가 119를 통해 응급실에 후송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번에도 119를 통해 새로운 심정지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거라 생각하며 응급실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원외 심정지 환자가 들어가는 소생방은 비어있고 일반진료 구역에서 심정지 환자의 처치가 진행중이었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당시 응급실에서 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께 환자 설명을 듣고 환자의 심장리듬과 맥박 여부를 확인 하기 위해 환자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환자가 눈을 뜨고 의료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보통 심정지라 하면 심폐기능이 멈추게 되므로 의식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이 환자는 눈을 뜨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물어보는 질문에도 대답을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분명 심장 리듬은 없고
맥박이 만져지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심정지 환자가 눈을 뜨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원내에서 발생한 심정지에 고퀄리티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심폐소생술에서 중요한 것은 멈춰버린 심장과 폐의 기능을 잘 유지해 주는 데 있다.
심장의 펌프 기능을 대신하기 위해 외부에서 흉부압박을 해주고 멈춰버린 호흡을 대신하기 위하여 환자의 입으로 적절한 산소를 공급해 주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적절히 산소화된 공기가 환자의 뇌로 전달될 수만 있다면 환자의 뇌기능을 잘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환자는 10여분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후 심장박동이 돌아왔고
응급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하고 중환자실로 입원하게 되었다.
그 후 이야기...
이 환자의 심정지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환자의 관상동맥 조영술 소견을 보니 별다른 협착이나 막힌 부분이 없었다. 아마도 환자는 이형협심증이 아주 심한 형태로 발생하여 심정지가 생겼을 거라고 본다.
이형 협심증이란 어떠한 요인으로 인해 심장 관상동맥의 수축이 발생하여 심장근육으로 가는 혈류가 약해지거나 극단적일 경우엔 혈류가 차단되어 심근경색과 같은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유발요인은 술이나 흡연인데, 이번 사례의 환자는 유발요인으로 흡연을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통증이 생기는 날은 바쁜 일정으로 평소 먹던 심장약까지 먹지 못했다고 했다.
과거에도 이 때문에 심정지가 생겼던 사람이!!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
여전히 자기를 즉사시킬 수 있는 담배를 계속 피웠던 것이다…
눈뜨고 대답하는 심정지 환자를 본 생소한 경험은 의료인으로 살아온 10여 년의 세월 동안 두 번째 겪는 상황이었다.
이 환자분이 앞으론 금연에 성공하시길 바라며..
이 날의 특별한 경험을 기록에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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