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르게 한적하던 응급실의 어느날
독거인 한분이 119 구급대를 통해 응급실로 이송되었습니다.
환자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집주인분이 세입자가 집안에 있는 것 같은데 연락도 안되고, 기척이 없으니 119에 신고를 했다고 했습니다.
구급대원분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환자는 온몸에 똥이 묻어있는 상태로.. 바닥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건 지인들과 술을 한잔 거하게 마셨다는 것
언제인지도 모르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몰랐습니다.
딱 봐도 길바닥의 행려 환자와 다를바 없는 모습이었고
묻은 변에는 피도 좀 섞여 있어 보여 응급실로 후송된 상황이었습니다.
환자분은 의식은 있으나, 기운이 없어 스스로 몸을 가눌수도 없습니다.
탈수가 심해서인지 혀도 말라서 혀가 자꾸 꼬입니다.
이런경우 응급실에서는 보호자를 찾아야 합니다.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확인하고, 필요한 검사 및 처치에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해서죠.
그러나 환자는 결혼은 안했고,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형제가 많기는 하지만 연락은 따로 안하고 산다고 하였습니다.
핸드폰은 언제부터인가 방전되어 전원은 꺼져있었습니다.
환자가 말을 할때마다 입에서는 악취가..
온몸에는 똥이 눌러붙어 있었습니다.
똥을 다 닦아 내고 몸 여기저기를 살펴보니
이마는 찢어져서 꼬매져있고
몸 여기저기엔 멍이 들어있고
꼬리뼈와 고관절 부위쪽으로는 초기 욕창까지 생겨 있었습니다.
간단한 혈액검사 및 영상 검사를 해보니
폐렴도 발생해있고,
오랜 영양부족 및 탈수로 인해서 저나트륨혈증도 심하고, 급성신손상도 발생된 상태였습니다.
혈압도 조금 낮은 편이고, 무엇보다도 환자 혼자서 움직일수가 없는 상황이라
결국 환자 컨디션을 고려하여 중환자실에 입원치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환자분을 볼 때면
생명의 소중함과는 별개로
응급실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 수련병으로 일하던 곳에는 행려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진료구역이 있었습니다.
병원에는 행려 환자를 위한 병동이 있었죠.
모든 사람들이 그런것은 아니지만 매우 높은 확률로 그들은 치료 후 퇴원을 하여도 다시 행려가 됩니다.
그리고 몇일.. 몇달 뒤 더 망가진 상태로 다시 응급실로 실려옵니다.
과연 이들에 대한 응급실의 역할은 어디까지인 걸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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