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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의사의 이야기
공부방/위장관

십이지장 천공(duodenal perforation)으로 오인된 췌장염(pancreatitis)환자

by 응닥하라 2024.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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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CT 판독으로 운명이 바뀐 case를 소개하고자 한다.

 

중앙조정센터를 통해 우리 병원으로 전원 된 69세 남자 환자의 CT 영상을 살펴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중앙에 위치한 길다란 화살표는 췌장의 머리를 가리키고 있으며, 보다 좌측에 위치한 짧은 화살표는 십이지장을 가리키고 있다.)

 

 위 CT는 복부 조영 CT를 촬영한 것으로 긴 화살표는 췌장의 머리(pancreas head)를 짧은 화살표는 십이지장(duodenum)을 가리키고 있다. 십이지장의 주변부로는 복수가 생겨 있는 상태이다.

 보통 생리적인 정도의 복수는 CT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정도이기에 위 영상처럼 복수가 장기 주변부에서 보이게 된다면 대부분은 염증으로 인해 생긴 복수이다.

 

 

 이 환자는 처음 진료본 병원에서 복부 압통이 심하여 CT를 촬영하게 되었고, 영상결과 십이지장의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 소견이 보인다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중앙조정센터를 통해 전원문의가 왔었다.

 당연히 타병원 영상자료를 미리 볼 수는 없었기에 전적으로 전달받은 정보만을 가지고 외과 당직 선생님과 중환자실 당직선생님을 통해 환자 수용이 가능한지 확인하였고, 다행히 환자 수용이 가능하다고 하여 환자는 우리 병원으로 전원을 오게 되었다.

 

 환자가 우리병원에 도착하여 가져온 CT 영상을 우리 병원 영상시스템에 업로드하였고, 그동안 수액처치와 문진을 한 이후 영상을 살펴보게 되었다.

 

(동일한 환자의 CT axial image, 조금씩 아래쪽으로 내려가며 캡쳐를 하였고 우측 간주변과 대장 뒤쪽으로 fluid가 보였다.)
(환자의 CT coronal view, 췌장머리를 감싸고 있는 십이지장과 그 주변으로 fluid가 분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장천공이 있을 때 보이는 free-air는 확인되지 않는다.)

 

 새벽시간이라 환자의 영상을 정식으로 판독해줄 영상의학과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으나..

 내가 다시 영상을 확인했을때에는 장천공이 있을 때 흔히 보이는 free-air와 장벽의 파열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혈액검사 결과에서 췌장염을 시사하는듯하는 amylase, lipase가 상승되어 있었다.

 

 결국 장천공이 아니라 심한 췌장염으로 판단! 수술적치료는 하지 않고, 소화기내과로 입원하여 췌장염에 대해 보존적인 치료를 하기로 하였다.

 이후 추적관찰 해본 결과 환자분은 대략 일주일정도 입원치료를 하였고, 복통도 호전되어 식사가 가능한 컨디션으로 퇴원하게 되었다.

 


 응급실에 근무하다보면 CT 촬영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영상의학과 전문의 선생님이 24시간 판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영상 판독의 공백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공배긱가 더 많다.)

 대학병원 전공의 시절엔 영상의학과 전공의선생님들이 밤에도 영상 판독을 해줘서 혼자서 CT 판독할 일이 많지 않았기에 스스로 CT를 판독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로컬에 나와서 근무하다보니 CT를 보는 능력이 조금씩 향상되는 것 같다.

 전문의가 되고도 조금씩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며, 나 스스로 뿌듯한 그런 날이었기에 이 포스팅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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