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응급실 의사의 이야기
넋두리/응급실&중환자실 이야기

자전거 조심하세요! 자전거 타다 넘어진 환자

by 응닥하라 2023. 9. 12.
반응형

 어느 한적한 일요일 낮 시간.

 응급실은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간이다.

 

 인근에서 자전거 대회가 열린다고 하여 긴장을 하고 근무를 시작하였다.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70세 남성분 한분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져서 119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내원하셨다.

 

 환자분은 다른 대학병원에서 심근경색으로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고 clopidogrel라는 항혈소판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계셨던 분이었다.

 육안으로 보았을 땐 미간 사이가 찢어져 있었고, 광대와 인중 쪽으로 찰과상이 보였다. 다행히 흉부와 복부는 크게 다치지 않았었다. 팔다리를 살펴보니 몸의 좌측 편에만 찰과상이 군데군데 확인되었다.

 헬멧은 착용하고 계셨다고 하였으며, 손상된 위치를 확인했을때 좌측으로 넘어지면서 몸의 좌측면을 바닥에 긁히신 상태로 보였다.

 

 두통을 보이고 있었고, 미간 사이가 벌어질 정도의 찢김이 발생한 상태였기에 brain CT를 촬영해 보기로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falx SDH(subdural hematoma)와 함께 코뼈 골절이 확인되었다. 

 

01

 brain CT의 axial view이다. 좌우 반구를 나누는 가운데 가느다란 falx 중 일부가 두꺼워져 보인다. 바로 falx를 따라 생기는 falx SDH(subdural hematoma)의 소견이다. 

01

 brain CT의 coronal view이다. 앞쪽 사진은 정상적인 falx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뒤쪽 사진은 비후 된 falx의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동일한 brain CT 사진이다. 좌측 코뼈에 골절선을 확인할 수 있다. 흔히들 뼈에 금이 갔다고 하는 상황인데, 의학적으로는 골절이다.

 

 다행히 심하지 않은 정도의 출혈이며, 예후가 나쁘지 않은 종류의 뇌출혈이었기에 퇴원 후 외래 경과관찰을 해도 되는 소견이었으나, 과거 심근경색으로 항혈소판제를 복용 중인 상태였기에 입원하여 며칠 경과를 지켜보기로 하였다.

 

 환자분은 응급실에서 코의 상처를 봉합하고, 먹던 항혈소판제를 중단한 채 신경외과로 입원하였다. 

 다음날 brain CT를 다시 촬영해보았고, 전날과 비슷한 정도의 상태로 출혈량이 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자전거도 빠르게 달리면 참으로 위험한 수단이다.

 특히나, 나이가 들면 몸의 운동신경이나 반사신경이 떨어지게 되는데, 자전거로 빠르게 달리다 보면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이 환자께서도 자전거를 타면 본인도 모르게 속도가 빨라지게 되는데, 앞에 턱이 있는 것을 보고도 대처를 하지 못해 넘어지셨다고 했다. 

 

 따라서, 본인이나 가까운 가족이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나이가 되었다면 자전거를 타는것을 다시 한번 재고해보시는 게 좋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