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응급실 의사의 이야기
넋두리/응급실&중환자실 이야기

병원간 정보공유는 안돼요!

by 응닥하라 2023. 2. 18.
반응형

(midjourney가 만들어낸 hospital, EMR image)

 

 어릴 땐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들이 알 수 없는 갈겨쓴 글씨로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주고, 진료 도중에도 다른 사람들이 x ray 필름을 가져다주는 모습을 많이들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전자의무기록(EMR, electronic medical record)을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대부분의 병원이 전자의무기록을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요즘 병원을 내원하는 환자들은 본인의 기록이 전자기록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여기고, 심지어는 다른 병원에서 진료 본 기록도 확인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른 병원에서 진료 본 기록, 검사결과 들은 다른 병원에서 열어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21세기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병원들 간의 위치나 거리는 상관없다. 예를 들면, 서울대병원 바로 옆에는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이 있다. 심지어 같은 울타리 안에 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에서는 치과병원의 기록을 볼 수 없다.

 때문에 병원을 옮겨야 한다면, 반드시 지금까지 진료를 본 병원에 요청하여 의무기록(진료기록, 투약기록, 검사결과지, 가능하다면 소견서까지!)을 받아서 옮겨야 한다.

 

 응급실에서는 환자를 전원 하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환자가 입원을 해야 하는데 입원 병실이 없거나, 환자에게 필요한 처치나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하는데 중환자실이 없는 경우엔 환자를 전원 하게 된다. 이렇게 병원을 옮길 때에도 전원을 가는 병원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응급전원소견서, 진료기록, 검사결과지, 영상자료들을 준비하여 전원 하게 된다.

 

 기술적인 부분이라 잘은 모르지만, 이렇게 병원 간 기록을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는 환자 개인정보에 대한 법적인 문제, 그리고 표준화되지 않은 EMR 프로그램 때문인 것 같다.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개인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고, EMR 프로그램들도 표준화를 통해 서로 호환가능하도록 발전한다면, 병원들 간 환자 정보 공유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하루빨리 병원 간 정보공유가 가능해지길 바라며 이번 포스팅을 마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