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마주하는 환자들은 질병의 악화 상태, 갑작스러운 외상, 생사를 오가는 상태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생기는 몇 가지 선입견이 있다.
첫째, 오토바이는 타지 말자!
응급실 의사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취미를 고른다면 바로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다.
스키, 자전거 등 위험한 운동/스포츠는 많지만 그중 가장 위험한 것은 오토바이라고 생각한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물체에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몸을 싣고 달리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우리 몸은 크게 손상될 수밖에 없다.
사고를 목격한 대부분의 목격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오토바이 운전자가 하늘에 붕 뜨고 난 뒤 바닥에 떨어지거나,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몸이 도로에 부딪히고, 바닥에 갈리면서 쭉 미끄러진다고 한다. 가만히 서있거나 비교적 낮은 속도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타고 있던 오토바이에 다리가 깔리게 되면서 골절이 생기게 된다.
오토바이 사고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가 단순골절, 피부의 찰과상이다. 찰과상의 경우에도 아스팔트에 피부가 갈리면서 외상성 문신(traumatic tattoo)이 생겨 평생 커다란 흉을 가지고 지내야 한다.
복부 장기의 파열, 골반 골절 등의 중증외상, 최악의 경우엔 머리 손상, 척수 손상으로 식물인간, 뇌사,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두번째, 암치료는 적당히 해야겠다!
국민 중 1/3 정도는 암으로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마도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암환자의 숫자도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내가 암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수련을 하면서부터이다. 대학병원의 특성상 내원하는 환자들의 대부분이 한 가지 이상의 암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들이었고 당연히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서 생기는 부작용들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부지기수였다.
항암치료를 하는 모든 환자들이 문제가 생겨 응급실을 내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응급실에서 일하는 내가 느끼기에 무리한 항암치료는 삶의 질이 너무나도 떨어지고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고통받는 모습을 너무나도 많이 봤었다. 때문에 나는 예전 전공의 시절부터 다짐했다. 내가 암에 걸리더라도 항암치료는 최소한으로, 꼭 필요한 정도만 받아야겠다고!
세번째, 간경화가 생길 정도로 술을 먹지 말자!
모든 질환의 말기엔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병이 간부전이라고 생각한다. 간부전의 흔한 합병증으로는 간성혼수와 위/식도 정맥류 출혈, 반복적으로 차오르는 복수 등이 있다.
간성 혼수가 생기게 되면, 제정신이 아니게 된다. 간이 망가져서 암모니아가 체내에 쌓이게 되면서 뇌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경미한 상태에선 성격장애가 생긴 것처럼 쉽게 짜증 내고 화내는 정도의 증상을 보이다가 심해지면서 점점 의식이 흐려지게 된다.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이상한 말과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간성혼수를 치료하는 것은 체내에 암모니아가 쌓이지 않도록 lactulose 시럽을 먹는 것이다. 다만, 약을 먹지 못하는 심한 간성혼수 환자에서는 관장을 통해 일정시간마다 대변을 보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정맥류 출혈이 잘 생기기 때문에 토혈이나 흑색변을 보는 경우가 많고, 이런 이유로 응급실에 반복적으로 내원하여 콧줄을 하고, 내시경을 하고, 수없이 많은 약을 사용해야 한다. 한 번씩 정맥류 출혈이 생길 때마다 생사를 오가는 경우도 흔하다.
간경화가 심해지면 배가 부르게 된다. 이유는 바로 복수가 차기 때문이다. 많은 양의 복수가 차게 되면 숨쉬기가 불편해지고, 심한 경우엔 복수뿐만 아니라 흉수까지도 밀려서 차오르게 된다. 이런 경우에도 반복적으로 배에 바늘을 찔러서 복수를 뽑아줘야 한다.
이렇게 간경화가 생기면 다양한 합병증들이 동반되고, 본인 의식저하로 응급실을 수차례 들락날락하며 결국엔 위장 출혈로 세상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간부전이 생기는 이유야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가장 많이 마주하는 경우는 술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알코올성 간경화이고, 그렇기에 이런 환자를 볼 때마다 절주를 다짐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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