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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의사의 이야기
넋두리/응급실&중환자실 이야기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환자! 주취자!

by 응닥하라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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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서 가장 케어하기 힘들고, 해결하기 어려운 환자는 바로 취객!

주취자이다.

 

나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응급실로 오는 주취자는 정말 싫다.

 

응급실로 오는 주취자들은 대부분 만취 상태에 본인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취했으면 집으로 가서 자면 될 것 같은데, 왜 자꾸 응급실로 실려오는 건지 모르겠다..)

이들은 대부분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끌려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술 먹고 길가에 누워 있다거나, 어딘가를 아파한다거나...

 

본인이 119를 부를 정신이 없기에

지나가는 행인에 의해서, 같이 술을 마시던 가족, 동료, 지인에 의해서 경찰 또는 119에 신고되고,

경찰은 또 119를 부르고...

119 대원들은 신고를 받았으니,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응급실까지 후송을 하게 된다.

 

응급실로 오는 대부분의 주취자는 대부분 본인의 이름이나 집 주소 등을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식이 떨어져 있다.

대부분은 취해서 생긴 문제지만

간혹 취한 상태에서 뇌출혈, 외상, 다른 약물 과용 등 다른 이유로 의식이 떨어진 경우가 있고,

겉보기 만으로는 이 둘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따라서 응급실에서는 술 취한 환자를 진료 하기는 너무 너무 싫지만, 환자를 마냥 거부할수도 없는게 현실이다.

 

술취한 상태로 의식 저하가 있다면

가장 황급히 시행해야 할 검사는 brain CT이다. 

두개골 내 뇌출혈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뇌출혈이 없는 상태임을 확인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IV route를 확보하여 hydration 하면서 환자가 한숨 자고 술이 깰 때까지 기다리면 되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경우가 응급실에 내원한 주취자에게서 기대할수있는 가장 해피한 케이스이다.

 

대부분은 검사를 하려고 하면, 거부하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경우에 따라서는 난폭한 행동을 한다.

 

환자 한 명에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환자 이송을 도와주시는 조무사분들, 보안요원, 원무과 직원 등 모든 사람들이 나서서 난동 환자를 진정시키고 필요한 검사를 하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되는 게 대부분이다.

정말 심하게 소동을 부리거나, 의료진에게 폭언,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엔 경찰을 불러야 해결이 된다.

 

이러한 환자는 대부분 늦은 밤이나, 새벽에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몸으로 느껴지는 정신적 대미지는 두배가 된다.

 

이럴 때마다 생각한다.

술 먹은 환자는 응급실 접수부터 안 시키고 싶다고..

술은 본인이 선택하여 마셨는데, 

그로 인해 생긴 문제로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2022년도 응급의학과 학회에서도 

응급실 폭력 대응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있었는데,

주취자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별다른 대처 방법은 없어 보였다.

 

난 가끔

술 마신 사람들은 응급실 접수를 거부해도 된다는 법?, 사회적 합의? 가 생겼으면 한다.

이런 환자들이 응급실에 왔을 때 진료를 정당히 거부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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