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응급의학과의 입지는 어떨까?
나는 인턴 때부터 응급의학과에 관심이 생겼고,
응급의학과가 가장 매력적인 과라고 생각했기에 전공의 지원을 하고, 전문의 취득을 하고 현재도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내가 전공과목으로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것이 2015년도이다.
응급의학과를 선택하면서, 선택한 이후에 지인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는 "응급의학과는 뭐하는 덴데?"이다.
그만큼 "응급의학과(emergency medicine)"라는 용어 자체를 낯설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실제로 필자의 아내는 응급의학과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는 응급의학과가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하며,
어머님은 아직도 응급의학과라는 용어가 익숙치 않으셔서 그런지 아들이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알지만, '응급의학과'라고 정확히 표현하는 경우 보다는 '응급과'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시는 것 같다.
대한민국에 응급의학과라는 전문과목이 생긴것은 1995년도이며, 1996년도에 처음으로 전문의 시험이 실시되었다.
2019년도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한 우리 동기들이 1800~1900번대 면허 번호를 발급받았고 매년 150명 정도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배출되고 있으니 현재 우리나라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대략 2300명이 좀 넘는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응급의학과의 역사도 짧고, 보드(전문의 자격)를 가지고 있는 전문의 수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응급의학과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기 위해선 응급의학과의 세부 분과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세부 분과로는 응급의료체계 (EMS, emergency medical system), 중환자의학 (CCM, critical care medicine), 소아응급의학 (PEM, perdiatirc emergency medicine), 재난의학, 독성학, 환경의학 등이 있다.
이중 가장 비중이 높은 세 가지는 EMS, 중환자의학, 소아응급의학 파트이다.
EMS 파트는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 전반에 관여하게 된다. 소방청, 각 지역의 소방본부와 협력하여 응급의료체계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한다.
최근엔 스마트 의료지도 사업을 통해 병원 전 단계 환자에게 빠른 처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지역별로 응급의학과 전문의 당직을 두고 있다. 또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현장에서 빠른 진단과 치료가 시작될 수 있도록 다양한 수단과 처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중환자의학은 말 그대로 집중 치료가 필요한 중환자를 치료하는 분야이다. 우리나라에서 중환자의학 파트는 전통적으로 호흡기내과나 마취과에서 도맡아 왔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환자들이 큰 수술을 하고 집중 관찰 및 치료를 필요로 하거나, 기관삽관(intubation)이 되어 기계호흡을 해야 하는 환자들이기에 마취과와 호흡기내과에서 환자를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엔 응급의학과도 중환자 치료를 하고 있다. 대학병원을 시작으로 큰 규모의 종합병원들도 응급중환자실을 별도로 운영하거나, 중환자실의 일부를 응급실을 통해 내원한 환자를 위해 배정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병상을 주로 응급의학과가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중환자 진료에 있어 응급실에서의 처치로만 끝나지 않고, 환자가 중환자실로 입원하여 일반병동으로 전동 되거나, 퇴원할 때까지 치료를 할 능력이 필요해졌고, 중환자 치료 역시 응급의학의 중요한 분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소아응급의학은 응급실로 내원하는 소아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성인과 다른 소아 환자의 검진 및 처치는 물론 케이스는 적지만 소아 심폐소생술 또는 소아 중증환자의 응급처치를 하는 것도 응급의학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재난의학은 재난상황으로 인해 대규모의 환자가 일시에 발생하게 되는 경우 필요한 환자의 분류 및 처치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게 되며, 독성학 및 환경의학은 살아가면서 발생할수 있는 환경손상 및 독극물에 대한 노출에 대한 진단 및 치료에 대한 내용이 주가 된다.
이렇게 응급의학과는 응급실로 내원하는 '응급환자'를 잘 감별하고 치료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갖춘 전문인 의사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직 모든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로 대체가 되어갈 것이고, 응급의학과 자체의 인지도가 높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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