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낮시간 응급실에 한 노부부가 접수를 하고 들어온다.
환자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픈 할아버지의 보호자로 함께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할아버지는 알코올성 간경화를 앓고 있는 상태로 반복해서 차오르는 복수로 배가 빵빵하게 부풀면서 숨이차서 내원하였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적으로 생기기에 아주 담담하게 배정받은 침상에 누워 진료를 기다리신다.
먼저온 환자들을 보고 할아버지 차례가 다가왔다.
이전 진료 본 차트를 보아하니, 우리병원 간경화와 복수로 소화기내과를 다니면서 복수를 뽑기 위해 응급실을 방문한 기록이 수차례 있었다.
"환자분~, 안녕하세요?"
(넉살이 좋은 편도 아닌데,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나도 모르게 친근한 목소리가 나온다.)
"오늘도 지난번처럼 복수 뽑으로 오신거죠?"
"지난번과 달리 새로 생긴 증상은 없으세요?"
"열이라던지, 배가 너무 아프다던지, 구토, 토혈, 혈변, 흑색변.. 이런건 없으시죠?"
"괜찮으시면, 복수만 뽑아 드릴게요!"
이렇게 간단히 문진을 한 이후 환자분의 배를 살펴보기 위해 상의를 올리는데 배에 수상한 무엇가가 붙어있다.
"할어버지.. 이거 뭐에요?"
"파스에요?? 파스 맞죠?"
그렇다.
할아버지는 복수가 많이 차서 배가 부르고, 사르르 아픈 통증이 생기자
배를 따뜻하게 해보겠다고 찜질을 하다가 배를 디었다고 했다.
배가 디어서 피부가 아프자 본인 스스로 통증을 잊기 위해 파스를 화상입은 피부 위에 가지런히 3장이나 붙여 놓으셧던 것이다.
"배를 디었는데 파스를 붙이셨다고요??"
"에고... 복수 뽑으려면 파스를 떼어야 하는데...."
"최대한 조심히 떼어내 볼게요"
배가 땡땡 부풀어 있는 상태에서,
약해진 피부에 파스가 붙어있었고, 나는 최대한 조심히 파스를 떼어 보려 하였으나
약해질대로 약해진 할아버지의 피부표피 일부가 파스와 함께 떨어져 나가 버렸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나는 얼른 벗겨진 피부 사이로 초음파를 보고, 적당한 위치를 골라 복수를 뽑기 위한 바늘을 찔러 넣었고
복수를 뽑아내었다.
복수는 4L 정도 나오고난 후 멈췄고, 이후 벗겨진 할아버지 피부를 소독하고 메디폼을 둘렀다.
그래도 다행히 벗겨진 피부의 통증보다 홀쭉해진 배가 더 만족스러우셨던 건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할머니와 함께 응급실을 떠나셨다.
응급실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정말 생각치도 못하게 독특한 발상과 들은적도 없는 민간요법으로 의료진을 당황케 하는 환자/보호자들이 많다.
파스의 경우엔 NSAIDs가 확산을 통해 피부막을 넘어 서서히 분비되도록 하는 국소 진통제로 주로는 근골격계의 통증에 사용하게 된다.
화상은 피부의 겉 표면부터 열에 의한 손상이 생기기 때문에 화상이 생긴 곳은 통증이 쉽게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약해진 피부에 붙이는 진통제는 통증조절에 적합하지 않다.
만약 화상을 입었다면 적당히 시원한 온도의 물수건 정도로 조직에 침투한 열기를 제거해주는 것이 적합하겠고,
통증조절은 먹는 진통제를 통해 하는것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다.
소아 환자의 화상, 손가락이나 손등 관절에 생긴 화상, 피부 화상의 범위가 넓거나, 피부가 하얗게 변하거나,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 호흡기나 소화기까지 열손상이 의심된다면 응급실 또는 화상전문병원 진료를 받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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