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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의사의 이야기
공부방/외상, 근골격계

응급실 증례 - multiple rib Fracture (다발성 갈비뼈 골절)

by 응닥하라 2024.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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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시간 경찰차 한대가 응급실 앞에 차를 주차한다.

 응급실에서 간혹 경찰을 부르게 되는 경우가 있긴 하나 이번엔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관 두 분이 다른 한 명을 차에서 부축하여 내리게 한다.

 응급실 진료를 보게 하기 위해 내원한 것이다.

 

 평소엔 경찰이 판단할 때 사람이 다쳐 보이면, 119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을 요청을 하고 119 대원과 경찰들이 함께 응급실로 오곤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경찰들만 와서 지나가는 말로 이유를 물었다.

 "구급대엔 연락 안 하셨어요?"

 

 경찰분들은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119를 불렀으나 현장에서 술에 취한 환자가 괜찮아 보인다고 해서 그냥 돌아갔다"라고 했다.

 

 접수한 환자를 살펴보니, 술에 만취한 상태긴 했으나 의사소통이 가능하였고, 크게 아픈 곳은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다쳤는지를 물어보니 모른다고 하였다.

 

 외상환자의 평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손상 기전이다.

 어떻게 다쳤는지를 알아야 예측되는 손상의 위치, 정도 등을 예측하고 검사를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본인 상태를 면밀히 말해줄 수 있는 경우라면 모르겠으나, 만취해 있는 환자는 어디가 아픈지도 제대로 말을 못 하고, 실제로 잠에 들어 의사소통조차 불가한 경우가 수두룩하다.

 며칠 전에도 술 먹고 넘어져  본인 괜찮다는데 뇌출혈-EDH(경막외출혈)-이 생겼던 환자도 있었다.

 

 손상기전을 잘 모르기에 꼼꼼하게 기본적인 신경학적 검진을 시행하였고, 환자는 특별한 이상이 없어 보였다.

 이후 근골격계 평가를 위해 머리부터 하나하나 살펴보던 중 환자가 오른쪽 옆구리 쪽으로 심한 압통을 보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갈비뼈 골절이 의심되어 흉부 x ray를 촬영하게 되었다.

 

 갈비뼈 골절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단순 흉부 x ray 사진보다는 rib series라고 하는 x-ray를 촬영하게 된다.

 정자세로 찍는 단순 흉부 x ray에서는 갈비뼈 골절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일부러 몸을 좌우로 비틀어 가면서 갈비뼈의 골절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아래 두 사진을 비교해 보기 바란다.

(정자세에서 촬영한 x ray)
(몸을 우측으로 기울여 촬영한 x ray, 골절이 좀더 잘 보이게 된다.)

 

 몸을 기울여서 촬영한 두 번째 사진에서 골절이 보다 명확하게 보임을 알 수 있다.

 환자는 5번째부터 10번째 갈비뼈까지 골절이 발생한 multiple rib fracture가 확인되었다.

 다행히 합병증으로 생기는 기흉이나, 혈흉 등의 complication이 크게 의심되지는 않았고, 육안상 보았을 때에도 호흡 양상의 이상은 없어 통증 조절만 잘하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문제는 술을 많이 마신 탓에 응급실에서 잠에 들었고, 언제 깰지 모르는 상태로 긴 잠에 빠져 들게 되었다.

 보통은 환자가 스스로 걸어서 귀가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깨지 않으면 퇴원을 잘 시키지 않는다. 

 의식이 깨고, 스스로 느끼기에도 다른 신체적인 이상도 없는 것을 확인해야 하며, 혹여나 잠에서 깬 뒤 새로 호소하는 증상이 있거나 너무 잠에서 깨지 않는 경우엔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침이 되어 나는 새로운 근무자 선생님께 환자를 인계하고 퇴근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환자는 오후나 되어서야 잠에서 깨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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