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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의사의 이야기
공부방/외상, 근골격계

기침 때문에 배가 불러요 - 기침으로 인한 복근에 생긴 출혈

by 응닥하라 2024.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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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4일 일요일 새벽 특이한 주소로 내원한 환자가 있었다.
 
 환자는 61세 여자분으로 별다른 병치레 없이 지내왔었으나
 3-4일 전부터 생긴 기침 증상이 점차 심해지던 와중에 저녁부터 갑자기 우측 상복부로 배가 부어오르면서 통증이 생겨 응급실로 내원하게 되었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 우상복부가 정말로 주먹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부종이 확인되었다.

(실제 환자의 메디컬 포토는 확보하지 못하였기에 비슷한 느낌의 다른 사진으로 대체한다. 이런 느낌으로 오른쪽 상복부.. 갈비뼈 아래쪽이 부어올라 있었다.)

 

 우상복부는 우측 흉곽의 갈비뼈의 아래경계와 맞닿는 곳으로 갈비뼈 안쪽으로는 간(liver), 담낭(gall bladder)이 위치해 있고 상행대장과 횡행대장의 경계가 위치한 곳이다.

 일반적으로는 위처럼 뭔가 튀어나올만한 구조물이 없었기에 불과 몇시간 만에 튀어나온 병변이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커질수 있는 건 출혈성 병변이지만 별다른 외상도 없이, 항응고제를 먹고 있지도 않은 사람이 저기에 출혈이 생길 이유가 없어 보였다.

 간혹 대장의 일부가 간앞쪽에 끼이면서 튀어나오는 탈장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에 chest X ray를 시행하였다.

(환자의 흉부 x ray 사진, 환자 몸의 우측(사진의 왼쪽)의 횡격막 아래로 별다른 공기음영이 보이진 않는다.)

 시행한 CXR상 우상복부쪽으로는 별다른 가스음영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복부 부종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CT 촬영을 하게 되었다.

 

 RUQ쪽으로 복직근이 비대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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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가 튀어나온 환자의 CT영상 - 조영제를 쓰기 전 촬영한 영상이다. 노란색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상당히 많이 부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환자의 조영제 CT 영상을 확인해 보자.

(환자 복부 CT영상의 arterial phase영상, 위에 표시된 우측 복직근으로 부종이 심하고 그 안쪽으로 조영제가 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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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라이드 영상의 "노란 화살표"로 표시한 것이 internal thoracic artery에서 superior epigastric artery로 내려오는 동맥혈관의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으로 넘어갈수록 환자의 복부 아래쪽 방향을 보여준다. 혈관에 주입한 조영제가 부어 있는 근육안족으로 새어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복직근으로 가는 동맥혈관의 분포)

 

 결국 이 환자의 복벽의 부종의 원인은 superior epigastric artery의 파열로 인해 복직근 안에 피가 고였던 것이다.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차례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대부분의 출혈은 출혈 부위를 눌러서 지혈할 수 있다.

 필자가 인턴 때 흉부외과 심장 수술에 참여하며 들었던 바로는 찢어진 대동맥도 눌러서 지혈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이와 같은 처치엔 커다란 전제가 있는데..

 바로 "누를 수 있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팔다리의 피부에서 나는 출혈은 출혈 위치를 눈으로 확인하고 누르기가 쉽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 환자처럼 복벽에 생긴 출혈의 경우엔 어떨까?

 간단히 생각해서는 무작정 배를 누르면 지혈이 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생각보다 쉽지 않다.

 Internal thoracic artery는 갈비뼈로 구성된 흉각 안쪽에서 타고 내려오는 혈관으로 외부에서 누르기 어려운 위치이며, 여기서 이어져 내려오는 superior epigastric artery는 복직근 안에 위치하고 있어 복벽 외부에서는 누를 수 있으나, 안쪽으로는 복강이 위치하기 때문에 맞대주는 힘이 작용하기 어려워 효과적으로 정도 이상의 압력을 가하기는 어렵게 된다.

 조직을 누르는 압력이 출혈이 발생하는 혈관의 압력보다 높아야 피가 멈출 수 있을 텐데, 이러한 조건이 성립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복부에 복대를 적용하고, 추가적으로 혈관 색전술(embolization)을 의뢰하였다.

 

 혈관 색전술이란?

 혈관 조영술을 통해 출혈이 생긴 혈관을 확인하고, 해당 혈관 안쪽에서 본드 같은 성질의 화학물질(글루)을 쏴서 혈관을 안에서부터 막는 시술이다.

 이 시술은 혈관 구조에 대해 해부학적 이해도가 높은 중재술을 할 수 있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하다. 물론 시술을 보조해 줄 수 있는 간호인력과 혈관조영 장비를 작동하는 영상의학 기사도 필요하다.

 

 이날도 이 환자에게 시술을 하기 위해 일요일 새벽 혈관조영실 직원과 함께 영상의학과 팀이 출근을 하여 시술을 진행해 주었다.

 

 혈관 조영술을 시행하는 모습을 담은 투시사진이다.

 첫 번째 사진은 femoral artery를 뚫고 카테터를 통해 가이드 와이어를 진입하여 대동맥을 타고 올라가 우측 subclavian artery에서 internal thoracic artery가 분지를 확인하고 진입하는 영상이다.

 두 번째 사진에선 조영제를 사용하며 출혈이 생긴 위치를 확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노란 화살표"가 조영제가 혈관밖으로 유출(extravasation)되는 위치를 가리키고 있다.

 세 번째 사진에서는 해당 위치에 글루를 사용하여 embolization을 시행한 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조영제를 사용하여 extravastion이 사라진 모습을 확인하고 시술을 종료하게 된다.

 

 환자는 혈관중재술을 통한 색전술을 통해 성공적으로 지혈을 마치고, 이후 경과 관찰을 하기 위해 입원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응급실에선 수없이 다양하고 새로운 케이스들의 환자들이 내원을 하고, 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도 생전 처음 격는 기침으로 인한 복벽의 출혈 케이스를 포스팅으로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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