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를 재우고 아내와 나는솔로 시리즈를 자주 보곤 한다.
지난 나는솔로 방영분에서 공감 가는 표현이 있어 인용해보고자 한다.
바로 지난 20기 방영분에 남성 출현자인 영수가 한 말이다.
“성숙한 이기심은 이타적이다”
얼핏 들으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텐데.. 내 입장에선 상당히 공감 가는 말이었다.
나는 주변사람들로부터 배려심 많고 착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편이다.
아마도 내가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 그런 듯하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이타적인 사람인가?"
답은
"아니다."
이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데는 이기심이 작용하고 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면, 다른 사람도 나에게 적어도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내가 선의로 충만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굳이 남에게 피해를 줄 이유도 없을뿐더러 내가 피해 보기 싫은 '이기심'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응급실/중환자실에서 일을 할 때에도 비슷한 생각으로 일을 한다.
내가 환자를 열심히 보고 치료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나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며,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자에게 해가 될 판단이나 행위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일부러 해가 되는 일을 했을 때에는 양심의 가책과 법적인 책임과 비난으로 힘들기만 할 뿐이므로..)
히포크라테스에서 말하는 “Do no harm.(환자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말라.)”이 내 이기심의 일부인 것이다.
남들이 볼 때 내가 하는 일은 환자에게는 도움이 되는 일이고 남들은 기피하지만 이 사회가 유지되는데 필요한 일처럼 여겨진다.
이러한 이유로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는 이타적이고 선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큰 대의와 선의를 가지고 일하는 것이 아니다.
조심스럽지만, 나를 비롯한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요즘 사회 분위기는 필수의료는 물론 다양한 직업과 직책에서 너무 큰 책임과 부담을 지우고, 잘못을 찾아 꾸짖고 필요이상의 책임을 묻는 것만 같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강화되기만 한다면.. 이러한 책임이 내가 얻는 이득에 비해 나을 바가 없다고 생각된다면..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기에 언제든 필수의료를 떠날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나는 기본적으로는 '이기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응급실에서..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보며 일하는 게 좋다.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나쁜 미래가 오지 않았으면 한다.
같이 일하던 동기가 병원을 그만두며.. 싱숭생숭한 마음에 글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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