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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의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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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알레르기 증상, 아낙필락시스!

by 응닥하라 2023.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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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주인공의 선생님이 죽는 방법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상황 설정을 보니 천식이 있고, 특히 백합꽃에 노출되었을 때 갑자기 호흡곤란이 생기던 사람인데,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기 위해 집안 가득히 백합꽃을 두고 아버지를 불러들었다.

백합꽃에 노출된 아버지는 당연스레 천식의 급성 발작이 찾아오고 흡입기(벤톨린으로 추정된다.)를 사용해보려고 하지만 아들에 의해 저지 당하면서 결국에는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과연 이게 가능할건가? 

물론, 가능하다!

실제  임상에서도 천식의 급성악화로 심각하게 저산소증에 빠지고, 기관지 수축이 심해 기관삽관/기계호흡을 하며 중환자실로 입원 치료 하는 환자를 일년에 한두명정도는 만나게 되는것 같다.

 

이렇게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알레르기 질환으로는 천식과 더불어 아낙필락시스(anaphylaxis)가 있다.

 

아낙필락시스(anaphylaxis)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컫는다.

(출처 : tininalli's emergency medicine, 9th edition, allergy and anaphylaxis편)

아낙필락시스로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증상들이 조합되어야 한다.

먼저 가장 흔히 발생하는 알레르기 증상인 피부증상이 생기는게 일반적이다.

두드러기, 간지럼증, 홍조가 가장 기본이 되는 피부증상이며, 이에 동반하여 목이 붓는 느낌이 들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빠지고, 어지러운 느낌이 든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서 죽을것 같은 공포나 불안감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목에 뭔가가 낀듯한 덩어리감이 느껴지면서 목소리의 변화가 생긴다면 후두부 부종이 동반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갑작스런 기도폐색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즉각적으로 기관 삽관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더불어

호흡곤란 및 저산소증

저혈압 또는 심혈관계의 장애(실신, 허탈 등)

다른 장기부전의 소견 (두통, 실신, 실뇨, 위장장애)

복통, 오심, 구토, 설사와 같은 위장관계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증상은 비교적 갑작스럽고 빠르게 발생하며, 대부분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노출된 직후 또는 1시간 이내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 응급실 상황에서는 어떤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아낙필락시스를 진단할 순 없다.

혈액내 히스타민 농도나, IgE 와 같은 면역글로뷸린의 농도를 측정하는 검사가 있긴 하지만, 검사 결과를 볼때까지 시간 소요가 길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검사가 가능한 병원도 많지 않다.

이러한 임상적 특징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환자를 눕히고, 활력징후를 측정하고, 빠르게 처치를 해야 한다.

이미 알고 있는 알레르기 항원에 노출된 환자들의 경우도 아낙필락시스에 해당하는 증상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경험적으로는 벌에 쏘이거나, 어떤 약물을 먹고난 이후에 발생한 알레르기 반응에서 많이 동반되는 것 같다.)

 

 

일단 아낙필락시스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면,

환자 호흡곤란 또는 저산소증 여부에 따라 산소를 공급하고, 기관삽관이나 윤상갑상막절개술(cricothyroidostomy)까지 필요 할 수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환자 호흡곤란이 점차적으로 악화되어 간다면, 지체없이 기관삽관을 시도해야한다. 

너무 시간이 지체되어 기도가 부은 후라면 기관삽관이 실패할 수 있기에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빠른 기관삽관을 추천한다.

 

그리고 가능한 빠르게 에피네프린 (epinephrine)을 환자에게 주사해야 한다. 

에피네프린은 아낙필락시스 치료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몸의 α1, β - adrenergic receptor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α1 receptor는 점막의 부종과 저혈압을 호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β1 receptor는 심장세포에 있어 심박수와 심장수축력을 자극하게 되고, β2 receptor는 기관지평활근에 위치하여 기관지 이완을 돕고, 알레르기 반응에 관련된 물질들의 생성/배출을 막는 역할을 한다.

 

흔히 전문심폐소생술(ACLS) 에서 사용하는 epinephrine (1:1000 희석된 제품, 1mg/1ml)를 0.3~0.5mg를 대퇴근 바깥쪽에 근육주사를 하면된다. 증상이 지속된다면 5~10분마다 반복 투약을 고려하거나, 100배 희석하여 정맥투약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normal saline이나 plasma solution 과 같은 crystalloid fluid를 1~2L 정맥으로 투약을 한다.

또한,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H1/H2 blocker와 함께 systemic steroid를 사용하게 된다.

 

아래는 틴티날리 교과서에서 발췌한 아낙필락시스에서 사용 가능한 약물을 정리한 표이다.

(출처 : tintinalli's emergency medicine, 9th edition)

 

응급실에서 치료가 성공적이었다면, 대부분 응급실에서 6시간 정도 경과 관찰 후 퇴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략 1~4% 정도의 환자는 저혈압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지속되어 입원이 필요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활력징후가 불안정하거나 증상이 지속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겠다.

 

응급실을 퇴원 하게 되는 경우에도, 증상 재발을 막는 약을 잘 복용 해야한다.

그리고, 알레르기내과를 방문하여 해당분과 세부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료/검사를 받고, 추후 원인물질에 대한 노출을 막아야 겠다. 

또한, 재발 위험성이 높다면 급상황이 생긴다면  환자 스스로 처치 가능한 epinephrine pen을 처방받고, 사용법을 교육 받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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