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의 병원장들이 전공의에게 쓴 글을 보고...
이들이 정말로 전공의를 위해 이러한 글을 쓴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되어 포스팅을 작성한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도 다양한 직급과 분야가 있는 것처럼
의사들도 다양한 직급과 분야가 있다.
이들이 일원화된 집단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간단히 살펴보자..
의사들 중엔
나처럼 중대형 종합병원에서 고용되어 봉직의로 일하는 사람도 있고
나같은 사람을 고용하는 종합병원의 오너(병원장)인 사람도 있다.
본인이 개원하여 작은 병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도 있다.
그리고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을 받는 인턴, 레지던트(전공의)도 있다.
종합병원도 가지가지다.
길병원처럼 오너가 명확한 병원도 있고, 서울대병원은 엄연히 임기가 있는 임명직으로 국가에서 임명한 병원장도 있다.
또한, 이런 대학병원 급은 아니지만 2차 종합병원으로 역할을 하는 많은 병원들은 각병원의 오너로써 병원장이 있거나, 재단의 이사장이 되어 병원을 실직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얼핏 보면 의사들이 일하는 병원의 대표로서 병원장이 대표성을 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론 그렇지 않다.
왜 일까?
일반적으로 병원장과 일반의사들의 입장은 서로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말하는 노사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병원장은 엄연히 대부분의 봉직의를 고용하는 고용인이고
봉직의들은 피고용인 신분이다.
심지어는 매년 계약을 재갱신해야 하는 단기 계약직이다.
내가 일하는 병원에서도
봉직의들은 끊임없이 처우개선, 환경개선, 임금향상을 외치지만
고용주인 병원장/이사장은 '이건 이래서 어렵다.', '저건 저래서 어렵다.', '이번에는 동결이다.'로 방어하는
흔히 사회에서 보는 노사관계란 말이다.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필수의료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고, 여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노동자가 아닌 고용인(병원장)들이 마치 의사들의 대표인양 프레임을 가져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더군다나 요즘 시대는 대학병원의 체인화, 확장이 너무나도 심해져가고 있다.
이런 500~800 병상 규모의 대형병원을 운영하려면 얼마나 많은 의료 인력이 필요할까?
지금 전공의가 빠진 병원들을 보면 알겠지만.. 대학병원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런 병원이 생긴다고 한들 전공의가 없다면 병원이 제대로 굴러갈까?
어쩌면, 이 대학병원이나 사학재단의 오너들은 전공의가 늘어야 새로 개원할 병원에서 갈려나갈 인력이 생기는 것이기에..
누구보다도 의사인력 충원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쉬지 않고 잠자지 않고 저임금을 받으면서 갈려나갈 인력인 인턴, 전공의가 부족하다면
앞으로 수도권에 수없이 만들어질 대형 종합병원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정말로 정부가 지방의료를 걱정한다면.. 수도권에 저렇게 많은 대형병원을 짓도록 허락하지 말았어야 한다.
정말로 정부가 필수의료를 걱정한다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요즘 정부가 의사수를 늘리는 이유를 필수의료를 위한 의료개혁이라고 천명한 것은 얼토당토 하지 않은 이야기다.
정부가 정말로 필수의료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정형외과와 더불어
흉부외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 등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파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무엇이 문제인가.. 어떤 것을 개선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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