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란 책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도 어린 시절 어린왕자란 책을 아마도 읽어본 적 있을 것이다.
'아마도'라고 표현한 것은 어릴 적 우리 집에 어린왕자란 책이 있었고.. 정확히 읽은 기억은 없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어린왕자'를 읽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재밌는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겠노라며, 나를 티브이 앞에 앉혔다.
그렇게 난 어린왕자의 내용을 각색하여 남녀 관계로 풀어낸 한 편의 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어느 한 마을에 '잘생긴 모쏠 남자(어린왕자)'가 살았고, 이 마을은 매우 외진 곳에 있었기에 어린왕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또래 여자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미'라는 이름의 젊은 여자 한 명이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어린왕자는 자연스레 이 장미에게 관심이 생겨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장미'도 잘생긴 '어린왕자'에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이성에 대한 관심이 생긴 어린왕자 는 '장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정도 이상의 노력을 하게 되고, 어린왕자가 마음에 들었던 장미도 어린왕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어느 정도의 사치와 허세로 본인을 꾸몄다.
그렇게 그 둘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어린왕자의 시선에선 '장미'는 본인보다 급이 높은 여자로 보였고, 그녀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얻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한동안의 시간이 흐른 뒤 어느 날 어린왕자는 장미의 말에 어느 정도의 거짓과 과장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점차 장미의 말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린왕자는 장미의 말을 건성으로 듣게 되고, 뭔가 껍데기만 남은듯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장미에게 말한다.
"우리 시간을 좀 가지자."
그리고 어린왕자는 장미를 남겨두고 홀로 여행에 떠나게 된다.
'어린왕자'와 '장미'는 모두 서로를 "존재" 그대로 바라보기보다는 "소유"하려고 했다.
사람을 등급화, 점수화시켜 자기보다 더 나아 보이는 사람을 소유하면 본인도 그만큼 가치 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만남과 대화가 이뤄질 뿐이고, 마음은 점점 공허해져 갔다.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어린왕자는 수없이 많은 '장미와 비슷한 사람들', 즉 '장미와 같은 등급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관계의 의미에 대해서 깨닫게 된다.
수없이 많은 여성들 중에 '장미'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 답은 바로 "장미와 함께 보낸 시간"이었다.
어린왕자가 챙겨주고, 아껴주고, 함께 웃고, 즐기고, 놀고, 다투고 보냈던 그 시간들이 바로 '어린왕자'에게 '장미'를 특별하게 해주는 본질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등급화하고, 점수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가장 흔한 예로 결혼 정보회사에서 만들었다고 알려진 등급표가 있다.
등급이나 점수가 아닌 함께 보낸 시간으로 ‘길들여진 관계’에 대한 의미를 깨닫고, '장미의 특별함'을 깨닫게 된 어린왕자는 다시 장미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정말 이러한 점수나 등급으로 특정 인물을 정의할 수 있을까?
실제 나와 등급이 같거나 더 높은 사람을 만나야만 인정받고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성인이 되어 어린왕자를 읽고 난 뒤 나의 대답은 "아니요"이다.
소유를 위한 관계만을 추구해 나간다면 결국 시간이 흐른 뒤엔 점차 무관심해지고 공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등급이나 점수에 상관없이 나와 함께하고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사람,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한 사람들이 나에게 의미가 있고 소중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함께 존재하며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야 말로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는 더욱더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가 되어간다.
오늘도 나와 함께 소중한 시간을 같이 보내는 나의 아내, 아이, 가족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번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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